한은. '미국 소비 취약 요인 점검' 보고서 발표고소득층에 소비력 집중, 저소득층 연체·필수재 부담 확대주가 30% 조정 시 소비 증가율 1.7%p 급락 가능성“한국도 美 소비·AI 투자 흐름에 노출 … 전이 리스크 모니터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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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인소비의 버팀목이 고소득층과 자산가격에 쏠리면서 충격 발생 시 소비가 연쇄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소비 심리 악화, 실질 구매력 둔화, 계층 간 소비 여력 격차가 동시에 확대되며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민간소비의 내구성이 예상보다 취약하다는 분석이다.16일 한국은행의 '미국 소비 취약 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성장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미국 경기 지표를 받치고 있지만 소비 기반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물가·고용 측면에서 가계 구매력이 깎일 여지가 넓고, 소비력이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충격 시 기계적 반등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진단이다.보고서는 지난해 미국 개인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8%로 장기 평균을 상회했지만, 소비 심리지표는 반대로 꺾였다고 분석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팬데믹 직후 저점에 근접했고, 컨퍼런스보드 지수 역시 연초 대비 뚜렷한 약화를 보였다. 다만 순수 심리 충격만으로 소비가 급격히 꺾이는 패턴은 과거에도 관측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기 충격 확전 가능성은 제한된다고 해석했다.문제는 구매력이다.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1~3분기 1.8%에 머물러 2001년 이후 평균을 밑돌았다. 월간 취업자 증가폭이 2024년 16만 8000명에서 지난해 4만 9000명 수준까지 둔화된 점도 부담이다. 관세 인상에 따른 재차 물가 압력까지 반영되며 가계의 실질지출 능력이 약해지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여기에 ‘K자형 소비’가 고착되는 양극화 문제가 더해졌다. 미국 소득 상위 20%가 전체 가계 주식 보유액의 87%를 차지하고 있고, 저소득층은 이자 상환 부담이 2021년 대비 2.2배까지 증가했다. 필수재 물가도 누적 5%에 달하며 저소득층 재무 상태는 빠르게 악화됐다. 반대로 고소득층은 자산 상승 효과로 여행·외식·내구재 등 변동성이 큰 영역의 소비를 확대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이는 충격 전이 경로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주가가 10% 조정되면 소비 증가율은 0.3%포인트 제한적으로 감소하지만, 닷컴버블 붕괴 수준인 30% 내외 하락 시 감소폭은 1.7%포인트까지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2000년 당시에는 고용과 주택시장이 완충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고물가·고금리·고주택가격 국면으로 완충 장치가 약하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한은은 “미국 소비가 지금은 견조해 보이지만 충격 발생 시 소비력 집중 구조가 오히려 경기 급락을 촉발할 수 있다”며 “AI 투자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연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