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배치전환까지 파업 대상이면 인사권 본질 훼손""안전의무 이행이 원청 사용자성 잣대 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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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2·3조 개정)과 관련해 정부의 해석지침(안)을 둘러싼 경영계의 우려가 공식화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중심으로 한 ‘경영계 노조법 개정 대응 TF’는 16일 고용노동부에 입장을 전달하고,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등 법령상 안전의무 이행이 곧바로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징표로 작동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챙기는 행위가 사용자성 인정으로 연결될 경우 현장이 ‘안전관리 강화’와 ‘교섭·파업 리스크 확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TF는 법령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법적 의무를 넘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직접 지배·결정하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청이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추가 조치를 한 경우까지 사용자성 판단 근거로 삼으면, 산업안전을 위해 노력할수록 교섭·파업 등 법적 리스크를 더 부담하는 모순이 생기고 원청의 안전관리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용자성 판단 범위를 둘러싼 공방은 작업환경 이슈로도 번지고 있다. TF는 하청의 사무공간·창고·휴게공간이 원청이 지배·결정하는 영역인지 여부를 사용자성 판단의 고려 요소로 넣는 것에 반대했다. 사내하도급은 원청 소유 사업장 내 일정 공간에서 하청이 계약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가 본질이고, 원청은 소유권을 근거로 시설·설비에 대한 정당한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청의 업무공간과 휴게공간 등은 원·하청 간 합의, 임대차 계약 등을 통해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계가 특히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배치전환’이다. TF는 합병·분할·양도 등 기업조직 변경, 공정라인 재배치, 설비 이전 같은 경영상 결정에는 인력 재배치가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배치전환을 일률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시키면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량적 구조조정과 달리 배치전환은 근로자 지위 박탈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임금·근로시간 등 핵심 근로조건에 중대한 변동이 반드시 수반되는 조치도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입장 표명은 노조법 개정 이후 분쟁의 기준점이 될 ‘해석지침’의 문구가 산업현장의 교섭 구조와 리스크 비용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경영계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법령상 의무 이행 여부”가 아니라 “하청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직접 지배·결정하는지”로 명확히 적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그 선이 흐려질 경우 원청이 안전관리·시설 지원에 나설수록 사용자성 논란에 더 노출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문제 제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석지침에서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사내하도급 안전관리 방식과 생산공정 재배치 같은 기업 의사결정의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