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완전히 거짓"… 다이먼 "관심 없다" 통화정책 방향+정치적 셈법까지 겹쳐있어
  • ▲ 미국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인선을 둘러싼 혼란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 미국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인선을 둘러싼 혼란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미국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인선을 둘러싼 혼란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유력 후보로 꼽혀온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지명 가능성이 낮아진 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기용설까지 불거지며 인선 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에게 연준 의장직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완전히 거짓이며 그런 제안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다이먼 CEO 역시 연준 의장직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다이먼의 이름이 후보군에 오르내린 것 자체가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아직 안갯속임을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가에서는 다이먼 CEO의 이름이 거론된 배경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가 연준 의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이번 논란은 특정 인물의 실제 가능성보다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을 드러낸 신호로 해석된다. 후보군이 명확히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시나리오가 시장을 통해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해석도 나온다. 다이먼 CEO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 정책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온 대표적인 월가 인사로, 연준의 역할과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준 독립성과 시장 신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국면에서 그의 이름이 상징적으로 언급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선 혼선의 출발점은 해싯 위원장의 입지 변화다. 해싯 위원장은 애초 차기 연준 의장 후보 가운데 가장 비둘기파적 성향을 가진 인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솔직히 말해 해싯을 지금 자리(NEC 위원장)에 그대로 두고 싶다"고 언급하면서, 그의 의장 지명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단순한 인물 선택을 넘어 통화정책 방향과 정치적 계산이 얽힌 사안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후보군 판도를 흔들고, 이에 따라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수시로 조정되고 있다. 연준 의장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곧바로 금융시장에 반영됐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의 무게중심이 비둘기파에서 상대적으로 매파적 성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됐다. 뉴욕 증시는 조정을 받았고, 국채시장에서는 중·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하며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달러화는 매파적 정책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인식 속에 보합권까지 회복했고, 유가는 저가 매수세 유입에도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가 겹치며 제한적인 반등에 그쳤다.

    연준 의장 후보군의 시선은 다시 전통적인 인물들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 통화정책 경험을 갖춘 인사들이 재부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후보가 상대적으로 매파적이거나 연준의 정책 원칙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선택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과 관련해 "머릿속에서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지난주에는 "몇 주 안으로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히며 인선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연준 의장 선임 절차에 관여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 전후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기 연준 의장은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 5월 이후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인물이다.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는 물론, 연준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까지 걸려 있는 자리다. 시장에서는 후보군 성향 변화가 주식·채권·외환 시장에 동시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 의장 인선 레이스가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