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만원 일시불 대신 월 11만원 … 구독 서비스 찾는 소비자들총액 차이 최대 257만원… 관리 편의와 비용 사이 '선택의 기로''소유'에서 '경험'으로 … 젊은층 중심 가전 소비 패러다임 변화
  • ▲ ⓒLG전자
    ▲ ⓒLG전자
    "손님, 당장 550만 원 결제하시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구독 서비스는 어떠세요?"

    지난 평일 서울의 한 LG베스트샵 매장. 상담 중에 직원이 말을 건넸다. "6년 뒤엔 손님 가전이 되고, 그동안 AS는 공짜입니다."

    LG전자의 가전 구독 매출이 연간 2조 원을 바라본다는 소식은 더 이상 숫자에만 그치는 게 아니었다. 직원은 "이번 달 이 지점에서만 약 380건의 구독 계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매장 곳곳에는 전문가 케어, 정기 점검, 무상 보증 같은 문구가 적힌 LG전자 구독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 ▲ LG베스트샵 구독서비스 광고 안내판ⓒ뉴데일리
    ▲ LG베스트샵 구독서비스 광고 안내판ⓒ뉴데일리
    LG전자는 주요 가전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낮은 초기 비용과 최대 6년의 무상 A/S를 내세워 2025년 3분기 가전 구독 누적 매출은 1조8900억을 기록했다.

    정말 빌려 쓰는 게 이득일까? 직접 LG베스트샵을 방문해 냉장고와 건조기 견적을 내보고,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처음으로 견적을 낸 제품은 'LG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STEM 얼음정수 냉장고'. 정상가 600만원에서 행사가 할인 적용 시 552만원이었다. 다만, 정수 기능이 포함된 제품인 만큼 필터 교체와 위생 관리를 위한 월 서비스 구독료 2만 2900원이 별도로 발생한다. 이를 6년간 적용하면 서비스 총액은 164만8800원으로 제품 구매가와 합산한 총액은 약 717만원이다. 

    같은 제품을 구독 방식으로 선택하자 월 이용료는 11만9900원이다. 목돈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은 혹하는 구독 가격이었다. 하지만 총 6년간 납부할 총액을 계산해보니 863만 2800원으로, 일시불 구매 대비 약 146만원을 더 부담하는 셈이다.

    매장 직원에게 총액의 차이를 묻자 '후속 케어를 위해 드는 비용을 월 단위로 나눠 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구독료에는 6년 치 소모품비, 방문 관리비, 그리고 무엇보다 6년 무상 AS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일반 구매는 1년만 지나도 수리비가 발생하지만, 구독은 6년 내내 기계실 세척까지 책임진다"고 덧붙였다. 

    설명을 듣고 나니 선택지가 명확해졌다. 당장 목돈 550만 원을 내고 구매할 것인지, 아니면 6년 치 보험료라고 생각하고 매달 구독료를 나눠낼 것인지 선택해야했다. 
  • ▲ LG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STEM 얼음정수 냉장고ⓒLG전자
    ▲ LG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STEM 얼음정수 냉장고ⓒLG전자
    다른 지점에서는 냉장고와 건조기를 함께 묶은 견적을 받았다. 'LG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STEM 얼음정수 냉장고 (노크온 매직스페이스)'와 'LG 트롬 AI 오브제컬렉션 건조기'를 구독으로 선택하자 월 구독료는 17만4800원까지 올라갔다. 6년간 납부 총액을 계산하면 1258만5600원에 달한다.

    같은 제품을 일시불로 구매할 경우 행사가 적용 가격은 약 837만원이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정수 관련 서비스 구독료를 더하면 약 1002만원으로, 구독 방식과 비교해 약257만원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현장 직원은 "결국 서비스 선택은 고객의 지출방식에 따라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구독서비스의 장점으로는 '관리의 질'을 전면에 내세웠다. "건조기는 습기 때문에 스팀 살균과 먼지 필터 점검이 필수인데, 구독서비스를 선택하시면 6개월마다 전문가가 방문한다"며 "4~5년 뒤 물가가 올라도 구독료는 그대로라는 점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전 설치 1회 무료 혜택 등 이사가 잦고 목돈 지출을 꺼리는 젊은 층을 겨냥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LG베스트샵을 찾은 30대 예비부부는 "결혼 준비로 목돈 나갈 곳이 많은데 가전에서 수천만 원을 한 번에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보니… 남는 의문들
    다만, 숫자를 다시 찬찬히 뜯어보니 몇 가지 의문도 남았다.

    먼저 가격 산정의 기준점이다. 가전은 시간이 갈수록 신모델 출시와 감가상각으로 가격이 하락한다. 또, 매장별 프로모션에 따라 실구매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반면 구독 서비스는 출시 초기 정가를 기준으로 월 납입금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나 가치가 떨어진 제품에 대해서도 6년 내내 동일한 정가 기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관리 서비스의 실효성도 논란이다. 소비자가 직접 필터를 구매해 교체할 경우 연간 비용은 수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구독 서비스에 포함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지 않을 때는, 체감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도 해지 시 발생하는 위약금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목돈 부담은 줄였지만, 한 번 계약하면 6년간 묶이는 구조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비싼 게 아니라 관리비가 포함된 것"이라는 업체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계약 조건과 비용 구조에 대해 보다 상세한 안내가 따라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가전 소비 패러다임 변화
    이제 가전은 한 번에 사는 '물건'이 아니라, 달마다 관리받는 '케어 서비스'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전 구매의 공식이 '소유'에서 '서비스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6년 동안 케어서비스를 받은 뒤엔 결국 본인 소유가 된다"는 설명은 매력적이지만, 6년간 매달 빠져나가는 17만 원은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다. 다만 무조건 일시불이 정답인 시대는 지났다는 점도 분명하다.

    가전 구독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며, '소유'의 개념이 '경험'으로 바뀌는 게 최근 트렌드다. 소비자는 자신의 형편과 가치관에 맞춰, 목돈을 사용할지, 구독 서비스를 선택할지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가전 시장은 소비자가 방식을 고르는 선택의 시대로 접어든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