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비용 늘어나며 시설재배 부담 가중돼 농가 경영 '비상등' 고환율로 에너지가격 상승 … 러·우 전쟁 이후 등유 하방경직성생산자물가, 시차 두고 소비자 물가 영향 미쳐 물가 자극 우려
  • ▲ 국내 한 주유소 모습.ⓒ연합뉴스
    ▲ 국내 한 주유소 모습.ⓒ연합뉴스
    올 겨울 가장 긴 한파가 전국을 강타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겨울철 비닐하우스 온도를 사수하려는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농업용 난방으로 쓰이는 면세 등유 가격이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데다,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가격을 떠받치며 농가 경영은 적신호가 켜졌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주말까지 최소 6일간 전국적으로 영하 10~13도를 밑도는 맹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설 채소 등을 재배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작물의 냉해를 막기 위해 난방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으로, 경영비 부담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면세유 실내등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134.40원이다. 이는 1년 전(1129.44원)보다 소폭(0.44%) 상승한 수치다. 변동폭 자체만 놓고 보면 완만해 보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상당하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등유 가격이 ℓ당 1100원대라는 새로운 지지선에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과거 면세 등유 가격이 ℓ당 600원~800원대 선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농민들은 과거보다 40%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등유 가격은 과거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으면서 농가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악재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고환율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등유 가격의 추가 하락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같은 등유값 오름세에 시설 재배 채소·과일 가격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일 기준 딸기 100g 소매가격은 2304원을 기록했다. 작황 호조로 출하량이 증가해 1년 전(2344원)과 비교하면 1.71% 하락했지만, 평년(2045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12.67%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토마토 소매가격도 1kg당 5502원으로 전년(5228원)보다 5.24% 뛰었다. 고온을 선호하는 작물인 만큼 이번 한파에 연료비 부담이 더 가중될 수 밖에 없어 추가적인 가격 상승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문제는 농가는 가격 결정권이 없는 구조적 모순으로 경영비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몇 년 사이 면세 등유 가격이 리터당 1000원을 돌파하면서 농가 경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라며 "특히 휘발유의 면세 비율이 훨씬 더 높은 탓에 현장에서는 면세 등유가 면세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농가 경영비가 반영돼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구조"라며 "생산비가 치솟으면 '제 살 깎아먹기'식 출하가 반복될 수 밖에 없어 농가 경영도 어려움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