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주담대 1조 4000억원 감소 … 22개월 만에 첫 역성장요구불예금 한 달 새 22조 이탈, ‘투자 대기자금’ 증시로 이동대출은 막히고 투자는 열려 … 가계자금 흐름 왜곡 우려총량 규제 장기화에 무주택·실수요자 체감 부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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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눈에 띄게 위축된 반면, 시중 유동성은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출은 막히고 투자로는 열리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가계부채 관리가 실수요자만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월 말 주담대 잔액은 610조 12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11조 6081억원) 대비 1조 4836억원 줄어든 수치로,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약 1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집단대출 잔액도 한 달 새 약 1조 8000억원 감소하며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를 반영했다.

    가계대출 전체 흐름도 비슷하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 8131억원으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월간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은 2023년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이다. 신용대출 역시 1월 한 달 동안 2000억원 안팎 줄며 위축 흐름에 동참했다. 고금리 환경에 더해 총량 관리와 DSR 규제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반면 은행에 머물던 대기성 자금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1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51조 5379억원으로, 전월 대비 22조 4705억원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통상 연초 자금 집행과 명절 수요로 수신이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감소 폭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의 종착지는 증시다. 국내 증시 강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100조원을 넘어섰고, 연초 이후 증가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낮은 예금 금리와 달리 주식시장 기대 수익률이 부각되면서 ‘투자 대기성 자금’이 은행권을 빠져나가 금융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규제가 만든 자금 이동으로 본다. 주거 목적의 주담대는 강하게 억제되는 반면, 금융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어 가계 자금의 방향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담대 금리가 연 4.25~6.39%까지 올라선 상황에서 가산금리 인상까지 겹치자, 무주택 실수요자와 갈아타기 수요가 가장 큰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도입이 예고된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담대도 변수로 꼽힌다. 금리 변동 리스크를 낮추는 취지지만, 총량 규제가 유지되는 한 실제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관리가 억제 일변도를 넘어 실수요 보호와 자금 흐름의 균형을 함께 고려하는 단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을 막으니 소비나 주거가 아니라 변동성이 큰 투자로 자금이 이동하는 구조”라며 “가계부채 관리가 실수요자 위축으로만 이어질 경우 정책 효과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