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종말론 속 'V8 플랫플레인' F1 기술 노하우 앞세워 경쟁사와 차별화"전기차 승차감 한계 극복 … 하이엔드 수요 사수"
  • ▲ ⓒ메르세데스-벤츠
    ▲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가 전동화 전환 속에서 브랜드의 상징인 ‘S클래스’만큼은 내연기관의 아날로그적 가치를 보존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2027년형 차세대 S클래스에 슈퍼 카 사양의 엔진 기술을 도입하며, 전동화 시대 속 고급 내연기관의 생존 공식을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형 S클래스(S580)의 핵심 변화는 V8 엔진의 설계 방식이다. 기존 크로스 플레인 방식 대신 페라리 등 고성능 슈퍼 카에 주로 쓰이는 ‘플랫 플레인 크랭크’ 기술을 전격 도입했다.

    이는 오는 2027년 시행 예정인 '유로 7' 환경 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다. 유로 7은 단순히 주행 중 배출량뿐만 아니라 정화 능력과 주행 전반의 에너지 효율을 이전보다 훨씬 엄격하게 따진다. 경쟁 브랜드들이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추가하는 우회책을 택할 때, 벤츠는 8기통의 물리적 체급을 유지하면서 기술력으로 규제의 벽을 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플랫 플레인 방식은 크랭크축이 가볍고 구조가 단순해 엔진 내부의 구동 부품을 획기적으로 경량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엔진의 회전 관성과 마찰 손실을 최소화하고 연소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전기차는 못 주는 안락함 ... 실소유주 니즈 정조준
    벤츠가 8기통 엔진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럭셔리 세단의 본질인 승차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 EQS 등 대형 전기 세단 라인업을 이미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쇼퍼 드리븐(기사가 운전하는 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내연기관의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의 구조적 한계인 무게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보통 내연기관차 전체 무게 수준인 600~700kg 이상의 배터리가 하부에 실리는 전기차는 충격에 취약한 배터리 보호를 위해 서스펜션을 딱딱하게 세팅할 수밖에 없다"며 "액티브 서스펜션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해도 가벼운 엔진 기반의 내연기관이 구현하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서스펜션 세팅이 투박해질 수밖에 없고, 회생제동 특유의 이질감이 뒷좌석 승객의 안락함을 저해하는 고질적 한계가 있다. 반면 내연기관은 가벼운 차체를 바탕으로 훨씬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플랫 플레인 엔진은 구조상 '2차 진동'이 발생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벤츠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F1 레이싱카에서 검증된 진동 제어 기술을 이식했다. 48V 시스템을 활용해 엔진 진동을 실시간으로 상쇄하고, 이를 첨단 서스펜션과 결합해 '슈퍼카의 효율'과 'S클래스의 안락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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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세데스-벤츠
    이번 S클래스의 변화는 단순한 엔진 교체를 넘어 '전동화된 내연기관'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결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등 환경 성능도 챙겼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 전동화라는 방향성에서 내연기관의 묵직한 주행감을 원하는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는 것이 브랜드의 기조"라며 "S클래스 포지션에 맞춰 플랫 플레인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상쇄할 기술적 보완책을 충분히 추가했다"고 밝혔다.

    벤츠의 이번 행보는 실소유주의 니즈를 최우선으로 하여, 브랜드 고유의 내연기관 기술력과 아날로그 감성을 끝까지 고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내는 자체 운영체제인 'MB.OS'를 통해 디지털화를 이루면서도, 구동계는 8기통의 질감을 유지하는 전략은 보수적인 하이엔드 고객층을 공략하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자동차 마니아와 하이엔드 고객층이 열광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 전동화 시대에도 내연기관의 가치를 지속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반응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