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회담 앞두고 中당국, "은행에 美국채 줄여라" 지시日 사나에 총리 '강한 일본' 제창,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 예고韓은 '벚꽃 추경' 가능성에 부동산 PF·회사채 전이 우려
  • ▲ 이재명 대통령, 사나에 총리,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연합뉴스, 뉴시스, 백악관
    ▲ 이재명 대통령, 사나에 총리,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연합뉴스, 뉴시스, 백악관
    '미중 갈등'과 일본발 '사나에 쇼크',  한국 정부의 '벚꽃 추경'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채권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외 악재라는 상수(常數)와 내부의 재정 리스크라는 변수(變數)가 최악의 타이밍에 결합하며 국채 금리가 급등, 겨우 봉합해오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물론 회사채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4월 회담 앞둔 中, 美 국채 투매 … 글로벌 금리 바닥 높였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 시장의 공포는 중국에서 시작됐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협상 카드'로 보유 중인 미국 국채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미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과 원자재 등 전략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대비 현저히 높은 수준인 4.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가장 큰 손인 중국이 국채를 던지면서 살 사람이 없다는 '바이어 스트라이크(Buyer Strik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금리 상승은 전 세계 채권 금리의 하단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 日 '사나에 쇼크' … "한국 채권 살 이유가 없다"

    여기에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등장은 '재정 리스크'라는 새로운 불씨를 당겼다. 시장은 사나에 총리의 '강한 일본' 정책(국방비 증액·첨단산업 보조금)을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아베노믹스가 금융 완화(돈 풀기)였다면, 사나에노믹스는 재정 확장(빚내서 쓰기)에 가깝다. 

    확장 재정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에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특히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 금리는 연 1.305%까지 오르며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735%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6엔대로 소폭 올랐다

    이에 따라 일본 국채(JGB) 금리가 치솟으면서 엔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졌고,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리가 오른 일본 채권을 두고 리스크가 있는 한국 채권을 살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일 금리차 축소는 외국인 자금의 '셀 코리아(Sell Korea)'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벚꽃 추경', 채권시장 충격주나

    문제는 대외 여건이 '시계제로'인 상황에서 터져 나온 한국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론이다.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재정 확대 요구와 대통령의 긍정적 언급이 맞물리며, 채권 시장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지난 9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3.267%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4년 6월 13일(3.277%)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5년물 금리는 연 3.555%로 3.4bp 상승했다. 5년물은 2024년 5월 2일(3.563%)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은 연 3.754%로 4.4bp 올랐다. 20년물은 연 3.747%로 3.1bp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3.3bp, 2.8bp 상승해 연 3.645%, 연 3.517%다. 10·20·30·50년물은 2023년 11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추경은 적자 국채 발행을 동반한다. 이미 미·일 금리 상승으로 가격 매력이 떨어진 한국 국채 시장에 '물량 폭탄'까지 예고된 셈이다. 

    최근 세수증가로 '국채 발행 없는 추경'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정부 지출 증가는 국채 공급 리스크를 끌어올려 수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대외 변수 때문에 떠나고, 국내 기관은 평가손실과 물량 부담 때문에 지갑을 닫았다"며 "정부의 섣부른 추경 언급이 시장의 수급 꼬임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 "3.5조 브릿지론 어쩌나" … 롯데건설 '3월 위기설' 고조

    국채 금리 발작의 충격파는 즉각적으로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인 건설사들을 강타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 급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말라붙으면서, 상환 압박을 받는 건설사들의 '돈맥경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시장의 공포는 롯데건설로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 자료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우발채무 중 브릿지론 규모는 2025년 3분기 말 기준 약 3조4867억원에 달한다. 

    이는 조사 대상 대형 건설사 8곳 중 압도적인 1위로, 2위인 현대건설(약 2조4815억원)과 비교해도 1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통상 브릿지론은 본PF보다 금리가 높고 만기가 짧아 시장 충격에 취약하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214%에서 170%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롯데건설은 이미 지난 2025년 5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 사태를 겪으며 사실상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이 막힌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동성 리스크는 3월에 집중돼 있다. 당장 3월 말 12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오는데다 ,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만 총 328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국채 금리가 오르면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건설사는 고금리 사채나 단기 CP로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한계 기업의 유동성 위기로 전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