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주장에 새벽배송 규제 추진 … '생존권'보다 앞선 '건강권'약 3개월 만에 정책 뒤집기 … '쿠팡 죽이기' 몰두하다 자가당착사라진 소상공인 보호 취지 … "시장 혼란·쿠팡 차별 논란 불가피"
  • ▲ 새벽 택배 분류 작업 ⓒ연합뉴스
    ▲ 새벽 택배 분류 작업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노동자 건강권을 이유로 쿠팡의 새벽배송을 강력히 규제해오다, 돌연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정·청은 지난 4일 실무 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이 본격적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등판하게 된다. 업계는 전국 1800여개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매장이 즉각적인 물류 거점으로 전환될 경우, 물류망이 취약한 지방을 중심으로 쿠팡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추진안이 그간 정부가 강조해온 '노동자 보호'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새벽배송의 위험성을 부각하며 쿠팡을 압박해왔다. 지난해 11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새벽배송은 국제암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만큼 해롭다"며 심야노동 규제를 공론화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현 시점의 행보는 "쿠팡 노동자의 건강은 위태롭고, 대형마트 노동자의 건강은 무관하냐"는 형평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특정 기업의 서비스는 '발암 노동'으로 규정하고, 대기업 대형마트의 서비스는 '규제 혁파'로 포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정이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정책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쿠팡 규제 논의 당시 실제 현장 종사자들은 생존권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 대신 규제를 주장하는 민주노총과 교섭하며 정책을 밀어붙였다.

    최근 해킹 사고 등으로 물의를 빚은 쿠팡을 겨냥한 '손보기' 식 정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영업 규제의 본질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에 있었음을 감안할 때, 대안 마련 없이 추진되는 이번 속도전은 영세 상인들의 생존 기반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건강권을 명분으로 정책을 도입했다면 모든 사업장에 일관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대형마트에만 예외를 두는 선택적 방식은 시장에 혼란을 줄 뿐 아니라 특정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