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완충시 70㎞ 이상 전기 주행뒷바퀴 조향으로 회전 반경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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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세데스-AMG E 53 하이브리드 4MATIC+. ⓒ주재용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선보인 메르세데스-AMG E 53 하이브리드 4MATIC+는 전동화 시대에 고성능 세단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얹은 AMG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는데, 서울과 경기 북부 일대 약 70km를 주행하며 그 성격을 직접 확인해봤다.첫인상은 의외로 차분하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먼저 깨어나며 고요하게 출발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전기모터와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상황에 맞게 힘을 나눈다. 강변북로의 정체 구간에서는 모터 위주로 부드럽게 움직이고, 흐름이 트여 속도를 높이자 엔진이 자연스럽게 개입한다. 동력 전환 과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매끄럽다. 고성능 모델임에도 일상 주행에서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배터리를 완충한 뒤 순수 전기(EL) 모드로 달렸을 때는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났다. 21kWh급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인증 기준 66km를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데, 계기판에는 그 이상 주행 가능하다는 표시가 떴다. 실제로 수일간 50km 이상을 전기 모드로 소화하고도 여유가 남았다. 최고 시속 140km까지 모터만으로 주행 가능한 점도 인상적이다. 120kW(약 160마력) 출력의 전기모터는 수치 이상으로 경쾌하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전기차 특유의 감각 덕분에 도심 주행에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정숙성 역시 뛰어나 고급 전기 세단을 모는 듯한 착각을 준다. -
- ▲ 메르세데스-AMG E 53 하이브리드 4MATIC+. ⓒ주재용 기자
주행 모드를 스포츠 이상으로 전환하는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가변 배기 시스템이 열리며 AMG 특유의 사운드가 실내를 채운다. 엔진과 모터가 결합해 시스템 총 585마력, 최대토크 750Nm를 뿜어낸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대형 세단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차체가 튀어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8초 만에 도달하는 순발력은 스포츠카에 가깝다. 스티어링 휠은 한층 묵직해지고, 변속 타이밍은 보다 공격적으로 바뀐다. 브레이크는 다소 단단한 감각이지만 고속 영역에서의 제동 신뢰감은 높다.차체 제어 기술도 돋보인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저속에서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조향해 회전 반경을 줄여준다. 5m에 가까운 차체 길이에도 주차장이나 유턴 구간에서 부담이 적다.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차선 변경 시 안정감을 높인다.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과 가변식 서스펜션은 코너에서 차체를 단단히 붙잡는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거대한 세단이 아닌, 잘 다듬어진 스포츠 모델을 모는 듯한 인상을 준다.디자인 역시 AMG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전면의 전용 그릴과 넓어진 펜더, 공격적인 범퍼 형상은 기본 E클래스와 확연히 구분된다. 21인치 휠과 카본 디테일은 고성능 세단다운 긴장감을 더한다. 실내에서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이어진 MBUX 슈퍼스크린이 미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퍼포먼스 시트와 전용 스티칭, 곳곳에 새겨진 AMG 로고는 이 차의 성격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이 모델의 핵심은 결국 ‘양립’이다. 조용하고 효율적인 전기 세단의 얼굴과,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지닌 AMG의 얼굴을 하나의 차에 담아냈다. 출퇴근길에는 전기로 부드럽게 달리고, 원할 때는 500마력이 넘는 힘을 즉각 끌어낼 수 있다. 전동화를 타협이 아닌 확장된 성능의 수단으로 해석한 결과다. 고성능 자동차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 차는 꽤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