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전력망 묶은 협력 구상 … '산업 프레임’ 전환 시도평양~원산 170km 주행 실증·글로벌 기업 참여 독려 … 인프라·제재는 최대 변수‘마중물’ 전기차 내세운 남북 협력 재시동 … 실크로드 확장성 vs 현실 장벽 충돌
  • ▲ 25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2027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PIEVE) 개최를 기념해 김대환 세계전기차협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서연 기자
    ▲ 25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2027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PIEVE) 개최를 기념해 김대환 세계전기차협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서연 기자
    ‘2027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PIEVE)’ 구상이 제주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8년부터 이어진 남북 e-모빌리티 협력 논의가 추진협의회를 거쳐 라운드테이블로 구체화된 것이다. 이에 ‘실크로드’ 전략까지 결합되며 남북 전기차 산업 협력이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세계e-모빌리티협의회(GEAN)는 25일 제주신화월드 랜딩볼룸에서 2027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 추진 라운드테이블을 주최했다.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조직위원회(IEVE)와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 추진협의회가 공동 주관했다. 

    이번 행사는 정책·기술 중심 민간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양문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지역회의 부의장이 개회사를 맡았고, 고성준 제주통일미래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아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축사에서 김대환 세계전기차협회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주석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약 7년 간 끊어졌던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 의제가 50여개국 협회 회원국들의 재승인 받았다”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염원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핵심은 평양 엑스포를 단순 전시회가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충전 인프라, 스마트그리드를 포괄하는 종합 산업 플랫폼으로 키우는 로드맵이다. 이처럼 남북 협력 프레임을 구축하면 정치·군사 이슈를 우회해 산업 협력 의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장은 전기차 엑스포를 ‘그린 데탕트’ 실현 수단으로 제시했다. 환경·관광 교류에서 출발해 에너지 인프라 협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임 센터장은 전기차 엑스포를 남북 관계의 ‘마중물’로 규정했다. 그는 “전기차가 화해 협력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전기차 엑스포는 북한이 변화된 모습을 국제사회에 공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특임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 인프라, 스마트그리드를 포함하는 종합 산업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평양을 동북아 친환경 모빌리티 협력 거점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황 교수는 “평양 엑스포는 단순 행사가 아니라 탄소중립과 기술 협력, 시장 창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프로젝트”라며 “민간 주도·공공 지원 구조로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평양을 중심으로 원산 갈마지구와 삼지연시를 연계하는 개최 방안도 제시됐다. 평양에서 원산까지 약 170km에 이르는 구간에 전기차 주행 실증, 대학·연구자 참여 기술 토론 등 실증과 학술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기업 참여도 구상 단계에 포함됐다. 테슬라, 현대차·기아, GM, 토요타, BMW, 폭스바겐, BYD 등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충전 인프라 기업을 결합해 ESG 투자와 북한 탄소중립 시장을 연결하는 모델이다.

    나아가 ‘전기차 실크로드’ 구상은 평양을 거쳐 중국·인도·UAE까지 연결하는 글로벌 공급망 전략이다. 몽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까지 포함한 확장 시나리오도 논의됐다.

    다만 북한은 전력망과 충전 인프라가 사실상 부재해 현실적인 제약이 뚜렷하다. 전기차 확산을 위해서는 발전·송배전·충전 설비가 동시에 구축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기반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아울러 대북 제재도 핵심 변수다. 전기차·배터리·충전 설비는 대부분 전략물자 또는 이중용도 품목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반입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설령 장비 반입이 허용되더라도 투자 집행과 금융 조달 과정에서 국제 금융망 접근이 막혀 자금 이동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 참여 역시 제약이 많다. 

    결국 사업이 현실화되려면 제재 틀 안에서 가능한 우회 구조를 설계하거나, 중국·러시아 등 제재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 중심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상 양국의 역할이 전제 조건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