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에 ADR 상장용 F-1 비공개 제출 … 연내 상장 공식화AI 메모리 호황 속 미국 자금 유입·밸류 재평가 기대발행 구조 따라 희석 논란·공시 부담 확대 가능성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절차에 들어가면서 AI(인공지능) 메모리 호황기의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ADR을 발행하느냐에 따라 기존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은 상장 자체보다 구조와 명분에 쏠린다.

    SK하이닉스는 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공모 규모와 발행 구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상장 추진이 이제 검토 단계를 넘어 실제 절차 단계로 들어갔다는 점만 공식화한 셈이다. 

    이번 결정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한복판에 서 있다. 2025년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 순이익 42조947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동시에 총2조1000억원 규모의 배당과 전체 발행주식의 2.1%에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 계획도 내놨다. 실적과 주주환원을 모두 끌어올린 직후 미국 상장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저평가 해소 기대 … 미국 자금에 직접 노출되는 효과

    시장에서는 이번 ADR 추진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시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 증시가 미국 동종 기업 대비 구조적 할인 요인을 안고 있고,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입도 지수 구조상 제약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시장 안에서만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기대하기보다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해 반도체 전문 자금과 ETF, 대형 기관투자가 풀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 입장에서는 명분도 있다. 미국 시장 상장은 더 넓은 자본 기반에 접근하게 하고, 글로벌 경쟁사와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ASML로부터 11조9500억원 규모의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하기로 한 점도 차세대 메모리 증설과 직결된 투자로 해석된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AI 메모리 호황이 맞물린 시점인 만큼 미국 시장 프리미엄까지 더해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핵심은 상장 여부가 아니라 발행 방식

    문제는 방식이다. 회사는 아직 ADR 구조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구조에 따라 시장 평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DR은 기존 주식을 예탁해 발행할 수도 있고, 신주를 발행해 그 주식을 바탕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상장 그 자체보다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를 더 예민하게 보고 있다. 신주 발행형이면 성장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주식 기반이면 희석 우려는 줄어들지만 회사가 직접 확보하는 자금은 제한된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과 자사주 소각을 내세운 직후라는 점에서 시장은 미국 상장이 주주가치 제고의 연장선인지, 아니면 그와 충돌하는 새 자금 조달인지 따져볼 가능성이 크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 수를 줄여놓고 곧바로 신주 발행에 나설 경우 “소각으로 줄인 물량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반면 기존 주식 기반 ADR로 가면 이런 논란은 완화되겠지만 상장의 직접적인 자금 조달 효과는 약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ADR 추진의 본질은 왜 지금 미국이어야 하는지, 왜 이 시점에 글로벌 자금을 더 끌어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존 주주에게 어떤 부담을 지우게 되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