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가세로 해상 리스크 확대 … 에너지·물류 '이중 병목' 우려호르무즈 봉쇄 충격 속 홍해까지 위협 … 글로벌 교역로 동시 압박사우디 우회 수송, 하루 300만배럴 차질 가능성 … 원유시장 추가 충격"두 항로 동시 봉쇄 땐 재앙" … 공급망·운임 상승으로 글로벌 경제 전방위 압박
  • ▲ 예멘 시낭에서 열린 후티 지지자들의 집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예멘 시낭에서 열린 후티 지지자들의 집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저항의 축' 예멘 후티 반군의 미·이스라엘-이란 전쟁 참전으로 중동 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직접 겨냥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5주째 이어진 전쟁으로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에너지와 물류가 함께 압박받는 '이중 병목'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란 지원을 위한 군사 개입을 공식화했다. 후티 측은 "모든 전선에서의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장기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번 움직임의 핵심은 군사적 충돌 자체보다 해상 교통로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 이란의 위협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이미 제약을 받는 가운데 후티가 홍해의 좁은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위협할 경우 글로벌 해상운송망은 동시에 압박받게 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예멘 전문가 파레아 알무슬리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후티의 참전은 심각하고 깊이 우려되는 확전"이라며 "이미 불안정한 전쟁을 더 넓히고, 지역 안정성은 물론 글로벌 무역과 인도주의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홍해와 바브엘만데브해협 등 핵심 해상항로에 미칠 영향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충돌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다. 여기에 홍해는 중동산 원유·가스가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경로이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무역로다. 홍해까지 불안정해질 경우 아시아-유럽 간 물류 흐름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두 항로가 동시에 흔들릴 경우 에너지 공급과 글로벌 교역이 함께 타격을 받는 구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바브엘만데브해협의 원유 물동량은 2023년 하루 평균 930만배럴로,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12%까지 차지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수송로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해협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약 3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보내 수출하고 있다. 홍해까지 봉쇄될 경우 이 물량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수송 차질을 넘어 국제 원유 공급 자체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국제유가는 전쟁 이후 50%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일부 유조선은 호르무즈 통과를 회피하거나 제한적으로만 운항하고 있다.

    이미 해상 리스크는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후티는 과거 홍해에서 선박 공격을 반복하며 주요 항로를 마비시킨 전력이 있다. 당시 선박들은 아프리카 남단을 우회했고, 운송 기간이 2주 이상 늘어나면서 물류비용이 급등했다.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재현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조원가와 물류비를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중 봉쇄'를 주목하고 있다. 주요 외신은 두 개의 핵심 해로가 동시에 막힐 경우 세계 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BC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두 개의 중요한 해로가 동시에 봉쇄돼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까지 후티의 군사행동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제한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 등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