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너·경영진 총출동 … 창업·선대회장 철학 재확인반도체 편중 속 위기 진단 … 본원적 경쟁력 강화 방점'사람 중심' SKMS 재조명 … 체질 개선·내실 경영 속도
  • ▲ 1997년 9월 폐암 수술 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최종현 SK 선대회장(가운데).ⓒSK
    ▲ 1997년 9월 폐암 수술 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최종현 SK 선대회장(가운데).ⓒSK
    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창업주와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을 되짚으며 위기 대응과 체질 개선 의지를 다졌다. 반도체 호황과 비(非)반도체 사업 부진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그룹의 근간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개최했다.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신원 SK네트웍스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경영진 4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선혜원 앞에는 검은 세단 차량이 줄지어 들어섰고, 참석자들은 행사 시작 전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진 뒤 오전 11시부터 본행사에 들어갔다. 행사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창업·선대회장의 주요 어록과 경영 철학을 공유하며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점검했다. 특히 최종건 창업회장이 강조한 "회사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는 기업보국 정신과 "우리의 슬기와 용기로써 뚫지 못하는 난관은 없다"는 도전 의식이 다시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사람 중심 경영 철학도 재조명됐다. 그는 서양의 합리적 경영 기법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해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했다.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는 어록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SK 조직문화의 핵심 가치로 꼽힌다.

    이 같은 철학은 인재 육성과 자율성 강화로 구체화됐다. 최 선대회장은 국내 최초 기업 연수원 설립, 해외 MBA 프로그램 도입, 결재 문화 간소화 등을 통해 구성원 중심의 경영 기반을 구축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통한 장학사업 역시 '인재가 미래를 좌우한다'는 신념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최근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결속의 성격도 짙다. 현재 SK그룹은 사업별로 온도차가 뚜렷하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에너지·배터리·통신 등 일부 사업은 업황 둔화와 투자 부담으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실적 편중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룹 전체 체력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SK가 창립기념일을 계기로 경영의 출발점인 철학과 원칙을 재확인하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SK가 통상 10년 단위로 대규모 창립 행사를 진행해온 것과 달리 73주년에 별도 '메모리얼 데이'를 개최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념을 넘어 그룹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는 평가다.

    선혜원은 이러한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1968년부터 최종건 창업회장의 사저이자 개인 연구소로 사용된 이곳은 1990년 이후 인재 육성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지혜를 베푼다'는 뜻의 이름 역시 최종현 선대회장이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SK의 정체성과 경영 철학을 되새기는 상징적 장소로 자리 잡았다.

    행사 이후 참석자들은 오찬을 함께하며 그룹의 중장기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고물가·고환율,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창업·선대회장의 정신을 기반으로 체질 개선과 내실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