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고 35조 근접, 급락장 청산 뒤 빚투 재유입대차거래잔고 167조 돌파,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 18조한미반도체·현대중공업·포스코퓨처엠 등 대차잔고 상위 ETF시장서 개미들, 코스피 곱버스 1000억 넘게 베팅변동성 지수 50포인트 넘어 … 급등락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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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협상 불확실성에도 국내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빚투'와 공매도 규모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불어나며 시장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이란이 2차 협상에 불참하면서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상승과 하락에 동시에 베팅하는 롱숏 대결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4조69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줄곧 32조~33조원대를 유지하던 잔고는, 지난달 5일 33조694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소폭 줄었다가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시 급락 구간에서 반대매매 등으로 일부 청산됐던 빚투 자금이 다시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대표적인 레버리지 투자 방식으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에 따른 손실 위험이 크다.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잔고도 역대 최고 수준까지 불어났다. 지난 22일 기준 대차거래잔고는 167조259억원으로, 지난달 말 133조5739억원과 비교해 33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110조~120조원 수준이던 대차거래잔고가 약 50조원 확대된 셈이다. 대차거래잔고는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준 규모로, 공매도 대기 물량 성격을 띠는 만큼 향후 시장에서 매도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 물량으로 평가된다.

    대차잔고 상위 종목을 보면 지난 22일 기준 삼성전자가 19조332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가 18조659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한미반도체 4조9779억원, HD현대중공업 4조1883억원, 현대차 3조8683억원, LG에너지솔루션 3조6949억원, 포스코퓨처엠 1조9829억원, 삼성SDI 1조9165억원, 미래에셋증권 1조9073억원, 삼성전기 1조6114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5209억원, 셀트리온 1조504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증시 하락에 대한 베팅도 사상 최고치 수준이다. 코스피시장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최근 집계일인 지난 20일 기준 17조969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지난해 12월 11조~12조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4개월여 만에 6조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 매매동향에서도 확인된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1주일간 코스피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12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기간 TIGER미국우주테크 1625억원, HANARO Fn K-반도체 1295억원에 이어 3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역대급 롱숏 베팅이 맞붙으면서 증시 변동성 지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2일 종가 기준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52.12로, 통상 안정 구간으로 여겨지는 20∼30포인트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20~30포인트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 말 40포인트를 넘어섰고 중동 전쟁이 발발한 3월 초에는 80포인트까지 치솟은 바 있다. 실제 시장 흐름을 보면 코스피는 지난달 말 이틀 연속 급락한 뒤 이달 1일 8% 넘게 급등했고, 이후 다시 급등락을 반복하다 최근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투자와 공매도가 동시에 늘어나는 현상을 시장 불안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단기 반등을 노린 추격 매수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맞물리면서 수급 충돌이 심해지고, 이 과정에서 변동성이 한층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상승 국면에서는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이, 하락 국면에서는 신용 반대매매와 공매도 물량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지수 변동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기업 실적보다 포지션 청산 이슈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구간"이라며 "상·하방 레버리지 자금이 동시에 쌓인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에서 손실과 강제 청산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전쟁 종전 기대감과 빅테크 호실적 기대감이 퍼지며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점은 하락 베팅 세력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 '강대강' 대치가 길어지고 있지만 양측 모두 현재의 국면을 길게 끌고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유가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에 주의해야한다는 조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독립성 유지, 포워드 가이던스 폐지 및 신규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도입 등을 시사한 케빈 워시 차기 체제 하의 연준 정책 변화, 추후 테슬라부터 시작되는 M7의 1분기 실적시즌이 지수 방향성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미-이란 휴전 타결될 것을 사실화하고 기업 실적에 주목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국제유가의 급등은 미-이란 충돌을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렇듯 유가 하나에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시장의 체력이 약하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