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은 22일 한화컨소시엄과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협상이 무산된 것은 전적으로 한화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해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선박, 해양, 건설 등의 부문 중에서 주력산업을 키우는 동시에 추후 분할 매각 등의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재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정인성 부행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한화컨소시엄과 채결한 양해각서가 해제됐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부행장은 "한화가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양해각서의 규정과 다른 사항을 요구하면서 정당한 이유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했고 최근 한화가 제출한 자금조달 계획서상 인수자금이 매각 대금에 크게 못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가 제안한 지분 분할 인수 방안은 양해각서의 기본 내용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산은이 이 요구를 수용한다면 공적기관의 공개경쟁 입찰에서 요구되는 공정성 투명성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행장은 "3000억원이 넘는 이행보증금은 양해각서에 따라 몰취해 지분비율 대로 자산관리공사와 배분, 기업지원 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또 "앞으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면서 시장 상황을 봐가며 매각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선박, 해양, 건설 등의 부문에 대해 키울 것은 키우고 후추 재매각할 때 분할 매각 등의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화그룹은 "잠재부실이 우려되는 대우조선의 실질가치를 모르는 상태로 6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해야 할 처지였다"며 대형로펌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산업은행을 상대로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키로 하고 23일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또 이날 전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개최해 대우조선 인수 무산 경과를 보고한 뒤 각 계열사별 사업계획을 재조정하고 신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은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을 통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범 그룹 차원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아쉽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노력해줄 것을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사장)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계약 성사를 위해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지만 수용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조선경기가 급격한 위축된 상황에서 정밀실사 없이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매각 무산은 산업은행의 무원칙적인 매각진행과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한화의 무리한 인수전 때문"이라며 "잘못된 매각에 따른 피해는 대우조선이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