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쿠퍼는 최근 친구가 운영하는 관리·청소 서비스 업체에 취직했다. 

    사무실 손잡이 닦기, 깔개 털기 등이 그의 일이다. 일주일에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그가 받는 돈은 시급 12달러(한화 1만8천원). 

    9달 전만 해도 그는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기업에서 일하는 잘나가는 전문직 종사자였다. 그는 120만달러의 회사 예산을 관리했으며, 약 7만달러(1억7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의 아내는 처음엔 남편의 새 직장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며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월 풀타임 일자리를 못 구한 파트타임 근로자가 약 170만명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된 2007년 12월보다 무려 40%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파트타임 근로자의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쿠퍼씨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뒤 취업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택배회사, 통신회사 콜센터, 주류 판매 상점 등에서 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택배업체 UPS의 경우 지난 연휴 기간 배송물을 분류하고 운반하는 일에 지원한 사람의 수가 140만명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여성 전문 취업 정보 업체(Women for Hire)가 지난달 29일 뉴욕의 쉐라톤 맨해튼 호텔에서 개최한 취업 박람회에는 5천명이 넘는 구직자들이 몰렸다. 

    이 업체 대표인 토니 존슨은 지난 10년간 취업 박람회를 열었지만 2천명 이상이 온 적이 없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구직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길에서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29년간 제약회사 노바티스에서 간부로 일했다는 조 팔미에리(54)는 "취업 박람회는 처음"이라면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내 스스로 서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눈높이를 낮추는 '심리적 조정'은 금전적 어려움만큼이나 힘든 일이 되고 있다. 

    20년간 회사 중역으로 일했던 에이미 알트(53)는 최근 온라인 보험 업체에서 시급 10-15달러를 받고 일한다. 

    직장에서 받은 돈으로 생계비는커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갚기도 빠듯하다는 그녀는 일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혼, 어머니의 죽음보다 훨씬 더 힘겹다"고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