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본문 이미지
    자본주의는 왜 무너졌는가 ⓒ 뉴데일리
    신자유주의 개혁노선의 전도사였던 일본의 나카다니 이와오(中谷巖). 미국 유학파 경제학자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작은 정부와 큰 시장, 자기책임 등 신자유주의 원리를 신봉했던 그가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충격적인 전향’이라며 놀라워했다.
    “이제까지의 내 주장은 잘못됐다. 자유경쟁을 위한 규제개혁이나 글로벌 스탠더드 등 미국 자본주의는 우리에겐 맞지 않는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악마의 사상이다. 환경파괴나 금융위기, 사회격차, 이들은 모두 시장원리에서 비롯됐다.”
    이 충격의 고백에 일본 열도는 흥분했고 이 고백을 담은 책 ‘자본주의는 왜 무너졌는가(資本主義はなぜ自 したのか)’는 지난 2008년 12월20일 발간된 지 한 달 만에 13만부나 팔려나갔다. 경제서적으론 이례적이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책이 나오자 일본 경제학자는 찬반 논쟁이 붙었다. 지금도 논쟁 중이다. 언론의 서평마다 등장했고 슈칸겐다이(週刊現代)는 아예 3쪽을 할애해 특집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31세에 미 하버드대 경제학박사가 된 나카다니는 미국형 글로벌 자본주의를 일본에 들여온 주역 중 하나였다. 그가 내놓은 제안들은 고이즈미(小泉) 정권의 핵심인문이었던 다케나카(竹中平藏)에게 전달되어 정책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그가 “이제까지는 착각이었다”고 선언했으니 일본 사회 전체가 놀랄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책에서 말한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경제의 불안정화, 빈부 확대, 환경파괴 등 본질적 결함을 안고 있다. 정당성을 검증받아야 한다”라고. 그리곤 “미국 주도의 글로벌 자본주의는 스스로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나의 인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괴물’로 표현한다. 글로벌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자신의 지나친 행동으로 상처를 받았는데 그것이 지금의 경제위기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대로 방치하면 괴물은 다시 날뛰어 자기 자신을 파괴할 정도로 맹위를 떨칠 것이고, 그 재앙은 인류를 멸망의 늪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섬뜩한 경고를 한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서평을 통해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미국적 시장우위를 부정한 ‘참회의 책’이라고.
    이 책이 같은 경제위기를 겪는 한국 사회엔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해진다.

    기파랑 펴냄, 382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