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5일 발표한 녹색투자 촉진책은 녹색 기술과 기업에 투자자금이 흘러가도록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확실성 투성이에 장기 투자 위주인 녹색 산업의 특성에 비춰 시장 기능에만 매달리면 충분한 자금 공급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정도 투입하지만 녹색 친화적인 투자환경을 만들어 민간자금의 유입을 이끌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 녹색인증제 도입..녹색SOC도 민자사업 대상

    정부는 먼저 적절한 투자 대상을 가려주기로 했다. 불확실성을 낮춰 믿을만한 투자후보군을 골라주면서 머뭇거리는 시중 자금에 길을 터주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특정 기술과 사업이 진짜 녹색인지를 선별해주는 '녹색인증제'를 도입한다. 예컨대 녹색기술에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자원 효율화, 자원순환 및 환경오염 저감기술이 해당한다. 아울러 '녹색기업 확인제' 도입도 검토한다.

    인증된 사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준다.

    '핵심 녹색산업'도 선정한다. 상용화 단계이거나 2-3년내 상용화가 가능하고, 수출품목이 될 수 있으며 고용창출 등 전후방 연관효과가 클 경우가 우선 대상이다. 하이브리드차와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이 최우선 대상으로 꼽혔다.

    녹색 사회간접자본(SOC)도 부가가치세 영세율이 적용되는 민자사업 대상에 넣었다. 자전거 도로 같은 비수익시설은 임대형(BTL)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설 등 수익시설은 수익형(BTO)으로 한다. 민간사업자에게는 최저 보증료율로 우대하고 인프라펀드 설립을 돕기 위한 최소자본금도 현재의 절반인 50억 원으로 낮춘다.

    에너지절약기업(ESCO. Energy Service Company)의 사업범위도 넓어진다. 에너지 절감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현행 에너지절약 시설 투자에 이산화탄소 저감시설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추가한다.

    ESCO사업자에 대한 재정자금 융자도 2013년 2천억 원까지 늘리는 한편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융자기간도 3년거치 7년 분할상환으로 연장한다. 또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대상업종에 ESCO 업종을 추가키로 했다.

    ◇R&D-상용화-성장-성숙 단계별 맞춤 지원

    녹색산업에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안은 4단계로 나눠졌다.

    연구개발(R&D) 단계에서는 재정과 민간자본의 공조가 이뤄진다. 우선 녹색기술 R&D에 대한 재정지원이 올해 2조 원에서 2013년 2조8천억 원으로 늘린다.

    기술개발과 상업화를 연계한 지원책으로는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3천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및 사업화(R&BD) 매칭펀드'가 조성된다. 대기업 등 수요기관의 구매를 조건으로 한 R&D 지원의 경우 2013년까지 지금의 5.5배인 550억 원으로 확대한다.

    상용화에 접어들면 모태펀드를 활용한 '녹색중소기업 전용펀드'를 2013년까지 1조1천억 원 규모로 조성하고 올해 2조8천억 원인 녹색기업과 사업에 대한 신용보증 규모도 2013년에는 7조 원까지 늘린다. 녹색 중소기업에 대한 창업자금 등 정책자금 융자 규모도 현재 1천300억 원에서 2013년에 6천600억 원으로 키운다.

    성장 단계에서는 자본시장을 주로 활용하게 된다. 녹색 인증을 받은 기술과 사업이나 녹색기업으로 확인된 기업이 발행한 증권에 60% 이상 투자하는 '녹색펀드'가 공모나 사모 형태로 활성화된다. 개인 투자자에 대해서는 출자금의 10%, 1인당 300만 원 한도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배당소득세에도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녹색펀드는 우선 산은과 연기금 주도로 하반기 중에 5천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 형태로 출범한다. 지금은 금지된 사모펀드의 SOC 직접투자도 허용해 주기로 했다.

    ◇ 녹색 장기예금 나오고 공공탄소펀드 출범

    녹색 장기예금이 나오고 녹색채권도 발행된다. 국민들의 돈을 끌어다 녹색산업에 장기 저리 투자자금을 대기 위해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겉도는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녹색 장기예금의 경우 5년 만기, 가입한도 2천만 원에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이상을 적용하되 장단기 금리차를 보전하고자 이자소득에 세금을 떼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비과세를 감안하더라도 이자가 적을 수 있어 돈이 몰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

    녹색 채권은 3년이나 5년 만기에 3천만원 한도로 매수할 수 있다. 산은이 우선 발행하고 일반은행과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녹색 설비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활성화된다. 아울러 신용보증기금이 유동화 회사보증 채권을 짤 때 녹색채권 편입비중을 2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마지막 성숙 단계에서는 민간 부문의 자발적 금융을 목표로 한다. 2011년까지 거래소를 설립해 탄소배출권을 시범 거래하고 그 이듬해에는 배출권 관련 파생상품과 지수를 개발한다. 오는 10월에는 수출입은행이 15%,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85%를 집어넣어 1천억 원 규모의 '공공탄소펀드'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녹색 투자 실적을 감안한 '녹색 사회적 책임투자 지수'를 만들고 우수기업을 '녹색 리그테이블'로 공표해 각종 혜택을 준다. 연말까지 녹색산업 주가지수 개발안을 마련한 뒤 2010년에는 주가지수를 발표하기로 했다.

    자동차 보험료를 책정할 때 운행거리를 연계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연내에 요일제 차량에 시범 적용한 뒤 2012년 이후 본격화하기로 했다.

    해외 진출도 돕는다. 녹색기업에 대한 수출금융을 연평균 30% 늘려 2013년 3조 원으로 확대하고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신용공여한도를 늘려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런 방안을 통해 핵심 녹색산업인 친환경자동차 사업에는 PF 방식으로 설비투자 자금 6천억 원이 지원되고 부품업체에 대해서는 설비 구매를 위한 녹색 브리지론을 통해 1조 원이 2012년까지 제공될 예정이다.

    LED 조명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의 교체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LED리스' 제도를 도입해 시범적으로 1천억 원 규모로 추진하고, 민간 분야의 LED 조명 설치를 위해서는 녹색펀드가 투자하거나 민간LED펀드 조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