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가 불황을 타개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수종(樹鍾) 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구조조정과 실적 악화 속에서도 '10년 후 먹고 살 일'에 대비해 신규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

    정부도 빠른 경제회복과 성장을 위해 산업계 전반에 걸친 선제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어 재계의 화답이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대부분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등 녹색성장 분야와 바이오ㆍ헬스케어 등을 신수종 사업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 10월 출범한 신사업팀을 중심으로 바이오칩 등 의료기기를 포함한 바이오ㆍ헬스 분야와 프린터, 시스템LSI(비메모리), 와이브로, 태양전지, 로봇사업 등을 6대 신성장 엔진으로 정했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태양전지를 포함한 에너지, 바이오ㆍ헬스, 로봇사업을 '미래 준비 사업'이라는 항목으로 분류하고 중ㆍ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과 각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300억원 정도를 투자해 태양전지 라인을 시험가동한 뒤 성과에 따라 생산라인으로 확대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태양전지, 건강 가전, 에너지솔루션 분야를 3대 신성장사업으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태양전지는 2010년 12월까지 2천200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에 2개 라인을 신설할 계획이며, 1라인은 2010년 1분기, 2라인은 2011년 1분기에 양산을 시작한다.

    LG전자 박막형 태양전지의 초기 효율은 11.1%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회사 측은 2012년까지 박막형의 초기 효율을 14%대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룹의 성장 기반이었던 생활가전은 '건강 가전(헬스케어)'으로 변모한다. 바디 케어(의료용 진동기, 승마기), 워터 솔루션(이온수기ㆍ정수기), 에어 케어(공기정화기) 등 3대 핵심영역을 기반으로 유비쿼터스 헬스 시스템을 구현할 예정이다.

    에너지 업계의 친환경 에너지 도입 노력도 활발하다.

    SK는 그룹의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 경제 선순환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녹색사업과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까지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에 따라, 녹색기술 R&D 및 사업화 분야의 7대 중점 추진 과제로 ▲무공해 석탄 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u-Eco City) 등을 확정해 추진 중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석유화학 중심의 태양광 전지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위주로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가고 있다. 한화는 올 하반기 1차적으로 연간 3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시장에 진출해 연간 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후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2011년에는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2015년까지 총 8천억원을 투자해 1GW를 증설하는 등 세계 태양전지의 시장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조선업계도 상선 건조 중심이었던 사업구조를 탈피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나 첨단 기술이 복합된 고부가가치 선종을 만드는 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 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정하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 음성에 총 34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발전 핵심부품인 태양전지 생산 공장을 완공한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까지 3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33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오는 9월까지 전북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13만2천㎡(약 4만평) 부지에 총 1천17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설비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1.65MW급 풍력발전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풍력발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실무추진팀을 운영중이며, LNG-FSRU(가스저장선)와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결합한 선박 등 신개념 복합 선박 분야의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크루즈선과 물 위를 1∼5m 떠서 고속으로 운항하는 차세대 해상운송 수단인 위그선(Wig Craft)이 향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신조선 사업이라고 보고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분야를 미래 신사업으로 정하고 차량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친환경차 개발을 비롯한 연구개발 부문에 3조원, 시설부문에 6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친환경차 개발과 관련해서는 향후 총 2조4천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고 연구개발 전문 인력도 1천여명까지 확충해 '그린카 4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8년에 하이브리드 차량 50만대, 수소연료전지차량 3만대를 만들고 2030년에는 수소연료전지차량 100만대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스코는 차세대 핵심 육성사업으로 합성천연가스(SNG)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합성천연가스는 저가의 석탄을 고온ㆍ고압에서 가스화한 후 정제 및 메탄 합성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청정 연료화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가 신성장동력 사업과도 일맥상통한다.

    합성천연가스 사업은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이며, 포스코가 국내에서 상용화할 경우 세계적으로 두번째가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사업 추진 방침만 정해졌고 구체적인 추진 시기 등은 확정된 바 없다"며 "다만 합성천연가스 사업 자체가 산업 잠재력이 크고 초기 발전 단계이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육성할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