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여간 줄다리기가 이어져 온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양측 간의 교역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과 우리나라는 정치, 군사적인 측면에선 연결고리가 약한 듯 보이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는 교역과 투자에서 이미 2년여 전 FTA 협상이 타결된 미국보다도 우리나라와 훨씬 더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선 지난해 우리나라와 EU 27개 회원국 간의 교역총액은 984억 달러로, 1683억 달러인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전통적으로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일본(892억 달러)이나 미국(847억 달러)을 앞서고 있는 것이다.

    EU는 지난해부터 중국보다 더 많은 무역흑자를 내는 교역대상국이기도 하다. 매년 급격하게 늘던 대(對) 중국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무역흑자도 2007년 190억 달러에서 지난해 145억 달러로 급감했다.

    반면 EU와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흑자는 지난해 184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EU 및 중국과의 교역에서 얻는 무역흑자를 합하면 일본과의 교역에서 내는 무역적자(2008년 327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EU가 대일 적자를 메우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양측간 교역 내역을 살펴보면 주력 품목의 집중도가 우리나라는 높은 반면 EU는 낮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EU에 가장 많이 수출한 상품은 선박(100억 달러)이며 우리나라의 전체 대(對) EU 수출 중 17.2%를 차지한다.

    이어 무선전화기(75억 달러), 승용차(52억 달러), 평판 디스플레이(39억 달러), 자동차 부품(24억 달러) 순이며 상위 10대 품목의 수출액이 전체 수출의 63.3%에 달한다.

    이에 비해 EU는 한국으로의 최대 수출품목인 의약품(16억 달러)이 전체 대한(對韓)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하다. 이어 반도체 제조용 장비(16억 달러), 자동차 부품.승용차(각 15억 달러), 기타 정밀화학 원료(12억 달러) 순이며 상위 10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7%에 그쳐 수출품목이 널리 분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역뿐 아니라 외국인 직접투자(FDI)에서도 EU는 한국의 최대 '고객'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투자를 크게 늘린 EU는 지난해 우리나라에 63억3천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13억3000만 달러)과 일본(14억2천000만 달러)의 투자를 압도한다.

    1962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계로도 EU의 투자액은 511억5000만 달러로 미국(403억3000만 달러)이나 일본(219억5000만 달러)을 능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