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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조 (주)봉견 대표. ⓒ 뉴데일리
    태풍 매미가 영남지방을 강타했던 지난 2003년 9월 11일,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자연늪지 우포늪도 예외는 아니었다. 낙동강 지류인 토평천이 범람해 제방(대대제)이 무너지면서 우포늪 인근의 효정리, 대대리, 관동리 등 3개 마을 농경지 170㏊가 침수되고 가옥 71채가 물에 잠겼다. 창산제 등 4개 제방을 범람한 물이 덮친 대지면도 농경지 200여㏊가 잠기고 가옥 82가구가 침수됐다.
    고이 자연의 모습을 지켜오던 우포늪도 범람하는 강물에 휩쓸렸다.
    우포늪은 1억4000만 년 전 만들어진 자연 늪지. 낙동강의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자리 잡고  담수면적이 2.3㎢, 가로 2.5㎞, 세로 1.6㎞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997년 7월 생태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1998년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된 세계적인 자연유산이다.

    태풍이 지나간 뒤 대대적인 우포늪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제방을 보수가 시작되자 제방 보수방법을 놓고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보수자재가 문제였다. 주민들은 튼튼한 둑을 원했고 환경단체들은 콘크리트가 아닌 돌로 쌓은 제방을 고집했다. 여러 자재를 놓고 격론 끝에 둑 일부는 주민들 뜻대로 식생(埴生) 친환경 블록으로 공사를 했다.
    공사를 마친 뒤 두 달도 채 안돼 돌 제방을 고집하던 환경단체 사람들은 주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주민들의 뜻대로 식생(埴生) 친환경 블록으로 공사한 구간이 돌을 쌓은 공간보다 훨씬 생태회복이 빨랐던 것이다.
    그 때부터 식생(埴生) 친환경 블록을 생산한 안영조 (주)봉견 대표에겐 ‘우포늪을 살린 사람’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이 붙었다. 아예 제품 이름도 ‘우포식생호안블록’으로 바뀌었다.
    우포늪이 자리한 경남 창녕 사람들이나 하천 정비 관련자들은 아예 ‘우포블록’이라고 줄여 부른다.
    안 대표가 개발한 ‘우포식생호안블록’은 괴된 도로 사면이나 호안의 자연 생태를 그대로 복원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블록. 사각형으로 내부에 4개의 식생공간과 외부 8개 면의 보조 식생공간으로 있어 단기간에 식물이 자리잡을 수 있게 설계됐다.
    환경 친화성이 뛰어나다. 기존 제품의 경우 식생공간이 20%에 불과하지만 ‘우포식생호안블록’은 식생공간이 80%여서 시공 후 45일이 지나면 자연 상태의 완전복원이 가능하다. 웃자란 식물 탓에 복원 후에는 공사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완벽하게 복원된 우포늪. ⓒ 뉴데일리

    “우포늪이 운이 좋았습니다.”
    안 대표는 우포늪의 생태가 빨리 복원된 것은 우포늪이 운이 좋았다고 설명한다.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태풍 매미가 닥친 2003년에 개발에 성공했거든요.”
    안 대표는 창녕 사람이다. 창녕을 대표하는 우포늪을 창녕 사람이 살렸다.
    태풍 매미 피해 때 수해복구를 이끌었던 창녕군 대지면 관동마을 황규태씨는 “‘우포식생호안블록’이 없었다면 우포늪은 아직 제 모습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15년간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성과다.
    ‘우포식생호안블록’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비롯해 대구, 울산, 마산, 전북 정읍시 등의 자치단체의 도로변 사면이나 하천 제방공사에 쓰였다. 자치단체나 엔지니어링 회사의 공사설계에 적극 반영되고 있고 한국토지공사에서 교재로 쓸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9월말 한국하천협회의 일본 큐슈지방 하천 탐방에 참가한 안 대표는 무라사키강 등을 들러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국내의 하천 정비는 생태적인 부분은 외면한 채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용수개발사업과 치수사업위주로 정비되어 왔습니다. 식생 및 어류 서식, 생태계의 먹이사슬 단절로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수많은 문제점들을 가져왔지요. 여기 일본의 하천들은 생태환경 보전에 엄청난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안 대표는 “앞으로 펼쳐질 4대강 살리기는 이런 점에 집중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대강은 친환경적이면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등 재해에도 잘 견뎌낼 수 있는 내구성 강한 방식으로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이 많아 강의 경사가 급하고 여름철 집중호우 때 급속히 늘어난 유량과 유속으로 제방이 유실되거나 붕괴되면 4대강을 살려도 크고 작은 재앙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낙동강 물을 마시며 자랐습니다. 나를 키워준 강을 내가 살려내야죠.”
    안 대표는 “인간의 무관심으로 훼손된 낙동강을 다시 물장구 치고 강변을 산책하는 강으로 복원하기 위해 연구와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더 좋은 환경 제품을 만들어 동식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우포늪을 살리고 이제 낙동강이며 4대강 모두를 살리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