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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외국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 연합뉴스 외국인이 한국에서 통신서비스를 가입하는데 내국인과 '차별'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보다 까다로운 가입규정과 비용부담을 요구해 통신요금과 별개로 많은 비용을 치러야 인터넷 서비스 및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외국인이 가입자 명의를 한국인 친구 이름으로 빌려 사용하거나, 휴대전화는 '선불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4500만명을 넘어섰다. 휴대전화는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라는 얘기. 그러나 110만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국내 휴대전화 개통의 문은 좁기만 하다.
우선 외국인이 한국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면 '외국인 등록증'이 필수다. 자동이체로 요금이 납부되기 때문에 통장사본도 필요하다. 통장도 외국인등록증이 아닌 여권을 이용해 만들어진 통장은 곤란하다. 또 외국인 등록증에 기재된 체류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면 휴대전화 개통은 아예 불가능하다.
◇ 할부는 안되고 의무약정은 있는 이상한 거래
모든 통신사는 내국인과 외국인 가입기준을 명백히 구별해 두고 있다. 가입비는 각 통신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내국인, 외국인 구분 없이 같다. 내국인들은 휴대전화 의무약정기간을 통해 요금 및 휴대전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국내약정 2년 기준으로, 휴대전화 기기를 12만원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약정은 1년이 대부분이고 따라서 기기 값 절감도 최대 5만원 선에 불과하다.
또 외국인들은 휴대전화 구매 때 할부가 불가능하다. 현금으로 휴대전화 기기 값을 모두 지불해야 살 수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외교관, 고위 공무원 등 일부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입 조건으로 20만원의 보증금을 받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조미 씨는 "최근에 휴대전화를 새로 바꾸는데 43만원이 들었다"며 "최신 휴대폰을 구매하는데 할부는 안 되고, 의무사용기간은 있는 게 이상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높은 통신사 장벽에 부딪친 외국인들은 '선불폰'을 사용한다. 사용요금이 일반 이동통신사 요금(10초 기준 10~20원)에 비해 3배 이상 비싸(10초 기준 43~64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한국인 친구의 명의를 빌리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6개월 사용료 미리 내고 사용?
초고속 인터넷 설치을 설치하려면 대형 회사들은 외국인 등록증과, '본인명의'의 국내 신용카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 영어강사로 들어온 미국인 데릭은 "한국에 1년 간 머무를 예정인데, 3년 약정이 아니면 가격도 비쌀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를 요구해 난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급기준이 까다로워 국내 신용카드가 없는 유학생이나, 작은 회사에 취업한 외국인들에게 인터넷 망 설치는 힘겹기만 하다.
중국인 유학생 경청 씨는 "신용카드가 없어 지역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외국인이기 때문에 6개월 치 사용료를 미리 지불하라고 했다"며 "부당한 줄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그냥 가입했다"고 밝혔다.
통신업체들은 신용 보장이 어려운 외국인의 특성상 이 같은 가입제약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SK텔레콤은 "신용이 보장되지 않아 20만원을 받는 것일 뿐, 해지 시에는 바로 돌려준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카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LG 파워콤은 "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VISA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외국인 등록번호 외에 여권 번호만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정한 바 있다.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여권을 제출하면 통장을 개설해 주는 등 불편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통신사들의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