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사퇴와 직무대행 선임 등 중요 안건을 결의할 이사회를 앞두고 신한금융 주체들이 분주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각 주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이사회에서 타협안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라 회장 사퇴에 대비해 류시열 비상근 사내이사를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이사가 옛 제일은행(SC제일은행) 행장과 은행연합회장 등을 역임했고 신한금융 이사를 장기간 역임하고 있어 신한금융 안팎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대표이사 회장 대행으로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아직 류 이사의 직무대행 선임에 대해 찬성 의견을 피력하지 않고 있다.

    일부 재일교포 주주들이 라 회장과 가까운 류 이사가 직무대행을 맡는 데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칸사이 지역 재일교포 주주들은 최근 결의한 최고경영진 3인방 동반 퇴진 요구도 거둬들이지 않고 있지만, '명예 회복 전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신상훈 사장이 검찰의 조사 결과 발표 전에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행장 역시 신 사장 등에 대한 고소가 규정에 따른 것이었던 만큼 행장직을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30일 이사회 참석에 앞서 29일께 만나 의견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훈 사장 측은 류 이사의 직무대행 선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직무대행과 별도로 이사회 구성원 외에 신한은행 노동조합과 중립적인 인사들이 포함된 비상대책위원회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신한은행 노조도 노조가 참여하는 비대위 수립에 동의하고 있다.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신한금융이 부정적인 입장이다. 엄연히 이사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로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의견 조율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류 이사 외에 김병주 전 서강대 명예교수 등도 직무대행 후보로 포함시킨 채 접촉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흔쾌히 수락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직무대행 선임 안이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라 회장의 사퇴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직무대행 선임과 비대위 구성에 대해 라 회장 측과 신 사장 측, 국내 이사진, 재일교포 이사진 등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30일 이사회에서 직무대행 선임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한금융의 표류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관(官)'이 개입할 여지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