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양고기 값 두 배, 100% 한국인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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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이 돼지고기를 안 먹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런데 전체 인구의 92% 이상이 무슬림인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는 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있고 그곳에서는 삼겹살도 살 수 있다.
암만 중심가 메카거리에 있는 이 정육점은 상호 자체가 `PORK MEAT(돼지고기)'이다.
종업원 리다씨는 31일 한국인 손님을 보자마자 대뜸 "삼겹살? 목살?"이라고 물었다.
그는 "전체 고객의 30%를 한국인이 차지하는데 꼭 삼겹살과 목살이 있는지 묻는다"라며 "미안하지만 삼겹살은 열흘 전에 다 팔려서 다음번 들여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13년 전 문을 연 이 정육점의 주인과 종업원은 모두 아랍인이지만 이들의 종교는 이슬람교가 아닌 기독교이다.
고객은 주로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 및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 아시아인들이고 무슬림이 아닌 아랍인도 일부 있다.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아랍인들은 중동지역 문화상 워낙 돼지고기를 꺼리기 때문에 외국생활을 하면서 돼지고기 맛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만 찾아온다고 한다.
주인 아싸드씨는 "요르단에서 돼지고기를 파는 곳은 우리 가게와 아카바 분점밖에 없다"며 "돼지고기는 전량 스페인과 키프로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다"고 소개했다.
요르단 정부는 2009년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가 발생하자 돼지 사육농장 5곳에 폐쇄 명령을 내렸으며 현재는 의료연구용 돼지를 제외한 식용은 사육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정육점은 냉동돼지를 앞다리살, 뒷다리살 등 부위별로 팔았지만 삼겹살 부위를 따로 팔지는 않았고 한국처럼 고기를 얇게 썰어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국 손님이 많아지고 삼겹살 수요가 계속되자 올가을부터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히 섞여 있는 `슬라이스 삼겹살'을 수입해 팔기 시작했다.
삼겹살의 가격은 1㎏당 10 JD(요르단 디나르.1만6천원)로 양고기(5 JD.8천원)의 두 배이며, 목살을 포함한 돼지고기 다른 부위는 6 JD(9천500원)에 팔린다.
이처럼 삼겹살이 다른 부위보다 월등히 비싸지만 매달 한두 번 비행기로 수입해 들여온지 일주일도 안 돼 동이 나며 소비자는 100% 한국인이라고 정육점 측은 설명했다.
유학생 정진한씨는 "아랍국가에서는 돼지고기를 아예 못 먹을 줄 알았으나 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요르단의 한국 교민이 2년 새 340여명에서 550여명까지 늘면서 최근에는 삼겹살까지 수입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코란 2장173절에는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아라', 5장4절에는 `너희에게 허락되지 아니한 것이 있으니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 하나님의 이름으로 잡은 고기가 아닌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