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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가격 협상을 놓고 철강업계와 건설업계가 다시 맞붙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건설사자재직협의회(건자회)에 9월분 납품 철근은 t당 76만원, 10월분은 79만원으로 제시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31개 회원사를 두고있는 건자회는 t당 71만원 이상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에 봉착했다.
급기야 현대제철은 이날 "시장경제를 어지럽히는 건설업체들에 오늘부터 철근 출하를 자제할 방침"이라며 건자회에 철근 공급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현대제철은 "건자회가 9, 10월 철근 납품단가와 관련해 회원사들의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단순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행위가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동국제강도 사실상 이날부터 건자회 소속 건설사에 대한 납품 중단에 가세하면서 전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출하할 수는 없다는 게 회사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건설사에서 제품은 받아놓고 돈은 안주고 있어 3분기 결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건설사가 원하는 선에서 대금을 지급받으면 결국 회사는 적자밖에 안 난다"고 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철근의 원료로 쓰이는 고철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대형 철강사들이 적자 보전을 위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강력 비난하면서 양측 간 대결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정훈 건자회 회장은 "이달 고철가격이 9월보다 t당 30달러 가량 떨어졌음에도 대형 철강사들이 7, 8월 장마철 비수기에 발생한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철근 공급을 중단하면 공사 기간에 쫓기는 힘없는 건설사들은 손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공급자 우위 품목인 철근은 나라 차원에서 가격 조정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건자회는 가능한 한 이른 시간내 비상총회를 열어 가격 인상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지만, 일단 원래 제시한 가격을 고수할 방침이어서 양 업계가 조속한 타결을 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앞서 두 업계는 지난 4월에도 철근 가격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급 중단 사태를 겪는 등 같은 양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