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4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함에 따라 신한금융에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라 전 회장은 신한금융 등기이사직의 사퇴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에게 지급할 자문료 횡령 의혹 등과 관련해 라 전 회장,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신한금융 사태의 마지막 고비가 될 전망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들 `빅3'의 거취가 모두 결정되고 신한금융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라응찬, 회장직 이어 이사직도 사퇴할까

    라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10년째 지켜 온 대표이사 회장직은 사퇴했지만, 이사직은 유지했다.

    현행 감독규정상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면 앞으로 4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지만, 등기이사직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라 전 회장은 이번 징계에도 이사직은 지킬 수 있지만 최고경영자(CEO) 시절 금융실명제법을 어긴 것으로 금감원 조사에서 확인된 만큼 이사직 사퇴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당시 이사회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은 라 전 회장의 이사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직무정지 상태인 신상훈 사장이 이사직을 그만두면 자신도 사퇴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전 회장이 신 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라 전 회장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로 결론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올해 다시 제기돼 수사를 받게 된 배후에 회장직을 노린 신 사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이 신 사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이사직도 동반 사퇴하자는 의사를 몇 차례 내비친 것으로 안다"며 "라 전 회장의 거취는 신 사장의 동반 사퇴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사장은 동반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근 신 사장은 "명예회복을 위해 검찰 조사에 전념하고 있으며, (조사를) 받고 나서 이야기하겠다"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성빈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은 "이사직 유지 여부는 본인의 판단에 맡긴다"며 "이사회에서 그런 것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분수령..지배구조 개편 속도낼 듯

    이제 남은 것은 검찰 수사 결과다.

    검찰은 지난 2일 라 전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의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을 소환 조사하고 이르면 이달 말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신 사장을 기소하기로 하면 그는 사장직은 물론 이사직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라 전 회장은 이사직을 유지하다가 그때 가서 같이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신 사장이 무혐의로 결론나면 신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것을 주도한 이 행장이 역풍을 맞게 된다.

    만일 이들 `3인방'이 모두 기소되면 신한금융은 최고경영진이 전부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을 선임하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신한금융은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라 전 회장의 후계자 선임 등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정상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위원회의 첫 회의는 오는 9일로 잡혀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라 전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 수위는 예상대로 결정된 만큼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신한금융의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