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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2월 21일 서울 신상봉역~춘천역 구간 개통을 앞두고 지난 18일부터 전동차가 매일 시험운행에 들어갔으며 20개 역사(驛舍)가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19일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춘천시 등에 따르면 총 사업비 2조7천483억원이 투입된 경춘선 복선전철(81.4km)은 서울~춘천 간 소요시간을 기존 경춘선 1시간50분대에서 25분 가량 단축한다.
또 주요 거점만 정차하는 급행열차도 운행돼 기존보다 35분 가량을 단축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 1939년 서울 성동역(제기동)에서 단선으로 철도가 놓인 지 71년 만에 복선으로 된 전철이 놓이면서 `호반의 도시' 춘천은 지난해 개통한 서울춘천고속도로와 함께 교통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게 됐다.
또 내년 말에는 서울~춘천 간을 49분대에 주파할 수 있는 좌석형 고속열차가 도입돼 명실상부한 수도권 도시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경춘선은 현재 검토중인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 사업과도 연계돼 장기적으로 대륙을 연결하는 중간 거점역으로서의 기능과 국토의 남북 간 중심축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칙칙폭폭' 경춘선 열차 추억속으로..'전선열차→파병열차→낭만열차'한국철도 100년사에 따르면 경춘선 열차는 지난 1939년 7월 경춘철도㈜에 의해 사유 철도(私有鐵道)인 사철(私鐵)로 건설돼 1946년 5월 국유화됐다.
현재의 지하철 제기동역 2번 출구 인근 성동역(城東驛)에서 춘천으로 출발했지만, 서울의 시가지 확장에 따라 1971년 10월부터 성북역을 기점으로 출발하게 됐다.
1945년 해방 전까지 서울과 춘천을 이어주던 유일한 근대적 교통수단으로, 6.25전쟁을 통해 군병력과 군수물자를 전방으로 실어나르는 전선(戰線)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또 1960년대 후반 파월 장병이 강원도에서 훈련을 받고 경춘선을 타고 서울을 거쳐 인천항에서 월남으로 향해 떠나간 슬픈 역사를 간직한 열차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후 1970년대부터 대학이 늘면서 대학생들의 MT행 등으로 낭만(浪漫)을 실어 나르는 '낭만 열차'로서 한몫을 담당, 중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단선이다 보니 열차 이용객과 관광객들은 잦은 운행지연 등으로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에따라 지난 1997년 복선전철화 사업 추진이 구체화되었으나 1999년 첫 삽을 뜨고 2004년까지 마칠 예정이던 사업은 예산문제로 2006년, 2009년, 다시 2010년으로 계속 미뤄져 착공 이후 11년 만에 완공하게 됐다.
◇ '일반형' 1시간29분, '급행' 1시간19분..2011년 말은 '49분'코레일에 따르면 기존 경춘선 열차는 청량리까지 1시간 50분 가량 걸렸지만, 앞으로는 일반형 전동차(최고속도 110/km, 평균속도 56km/h)로 신상봉까지 1시간 29분으로 20분 가량 단축한다.
주요 역만 정차하는 급행열차도 함께 운행돼 10분 정도 추가로 단축, 춘천역에서 신상봉까지 1시간 19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전동차는 모두 8량으로 구성, 1량당 170명의 정원(좌석 평균 60여석)에 첫번째와 마지막 칸에는 20대의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했다.
또 친환경 냉매 등 각종 첨단장치는 물론, LCD모니터와 대형 창문을 설치해 차창 밖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철길도 타 노선보다 이음매가 적어 전동차의 소음이나 진동을 최소화했다.
일반 전동차 배차간격은 평일 출퇴근 시간대와 주말, 휴일을 고려해 10~20분 간격으로, 급행열차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 30분, 평일에는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첫 열차는 오전 5시 초반, 마지막 열차는 오후 10시 후반대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경춘선은 다른 전철에 비해 선로 용량이 비교적 여유가 있어 하루 편도 기준으로 최대 168회까지 가능, 개통 이후 승객 수요에 따라 증회해 운행한다.
요금은 2천600원으로 결정될 전망이며 경로 우대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 승차가 가능하다.
특히 내년 말에는 최고 시속 180km로, 신상봉역을 경유해 용산역까지 연장운행하는 좌석형 고속열차도 운행한다.
신상봉까지는 49분, 용산역까지는 1시간 9분 정도 소요될 예정으로 열차 8량 가운데 2량을 국내 최초로 2층으로 만들어 관광.레저열차로서의 경춘선 특성도 살렸다.
코레일 관계자는 "12월20일까지 시험운행을 거쳐 같은 달 21일 개통행사를 한 뒤 본격 운행하게 된다"며 "경춘선 복선전철은 강원 영북권 및 수도권 북부지역의 개발과 교통편의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춘천 '기회이자 위기'..'거점도시화'vs'빨대효과'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춘천은 지난해 7월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또 한번 '기회이자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수도권에 편입돼 큰 혜택을 누릴 기회를 잡은 반면, 다른 수도권 도시들과의 치열한 경쟁시대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기회와 위기'라는 양날의 칼 위에서 춘천은 맞춤형 관광마케팅 전략으로 관광객 연 1천만명 시대로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춘천시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매일 시티투어를 운영하고 코스도 테마별, 연령별, 요일별로 달리해 다양화한다는 구상이다.
실버관광객을 위해서 풍물시장과 온천, 옥광산, 막국수체험박물관, 닭갈비 막국수촌을 연계한 코스를 운영하며 테마투어의 하나로 젊은 층을 겨냥, 송암스포츠타운 시설을 활용한 레저와 스포츠 관광상품을 선보인다.
특히 춘천지역은 지난해 7월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 이후 연간 3천명 이상의 인구가 늘어 지난해의 경우 모두 682만5천여명의 관광객이 찾았으며 올해는 모두 700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춘천시는 좌석형 고속철도가 완공되는 2012년에는 모두 1천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복선전철 개통으로 지방 중소도시의 기능이 수도권으로 흡수되는 이른바 '빨대 효과(Straw Effect)'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지난해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 이후 대학가 주변 상경기 매출이 줄어드는 등 상권을 비롯해 의료나 문화 등 도시 서비스 산업이 수도권에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해안과 설악산 등을 끼고 있는 속초까지 이어지는 동서고속화철도가 건설되면 춘천은 스쳐 지나가는 '통과 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체류형 관광상품 등 지역 특색을 살린 독특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송운강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복선전철로 춘천에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소비지출을 끌어들이려는 방안이 미흡해 단순히 탈출형 관광지의 형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미래 지향적인 춘천시만의 명확한 포지션닝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