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 현대회장, 북한보다 남한에 장애물 더 많다"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2009년 8월 방북직후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대사를 만나 김정일 면담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보다 남한에 장애물이 더 많다며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 블로그인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3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한국관계 비밀전문을 인용해 "지난 2009년 8월 25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대사와 함께한 조찬에서 "거의 파산상태에 빠진 금강산관광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 방북했다며 북한보다 남한에 장애물이 더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스티븐스대사는 지난해 8월 28일 이 전문을 직접 작성해 미 국무부에 보고했으며, 모두 10개항으로 이뤄진 비밀전문에서 "현 회장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결과를 설명하면서 남북당국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방북에서 합의한 5개항의 실현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탄식했다"고 명시했다.

현 회장은 8월 16일 김정일과 오찬을 함께 하며 김정일을 면담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와는 달리 이 전문에는 김정일과 만찬을 함께 했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현 회장과의 만찬대화에서 "북한과 일본과의 관계는 현재 사상 최악이며 중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이 일본과의 악화된 관계를 반영한듯 한때 평양 거리에 일제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시키는 명령을 내렸었다는 말을 다른 북한관리로부터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인식은 북한의 고립감을 잘 반영한 것으로 이같은 충격적인 국제정세가 이듬해 3월 천안함을 폭침시키며 다시한번 벼랑끝 전술을 구사한 원인중 하나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남북관계에서 통일부가 밀려나고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투덜댔으며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상호불신이라고 주장했으며, 이명박 정부는 왜 전 정권의 남북대화 경험을 이용하지 않느냐고 현 회장에게 묻기도 했다"고 기록돼 있다.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에 대기업의 참여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고, 현 회장은 "많은 한국기업들이 미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간 현재와 같은 정치적 분위기에서는 미국과 북한 양국과 동시에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답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합의서에 서명한 두 대통령은 고인이 됐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다’며 현 정부는 합의서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 위원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와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의리'를 강조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아리랑공연에서 일정 부분을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미사일 발사부분을 삭제하는 등 미국인의 취향에 맞게 수정했으며,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많은 군인들이 출연하는 장면을 학생들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은 김정일이 각별히 신임하는 김양건 아태평화위원장을 별도로 만났으며, 김양건 위원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남한에 대해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은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건은 또 "북한의 자원과 남한의 수완 좋은 사업가들이 협력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며 민족을 자주 언급했다.

김양건은 "7월 30일 북한에 납북된 어부들은 곧 송환될 것"이라면서 "남북한이 송환협상을 할 때 한국이 식량원조를 제의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김양건은 또 "현 회장이 남한 당국에 식량원조 등을 설명할 때 평양의 요청이 아니라 현 회장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해야 한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한편, 스티븐스 대사는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현정은 회장의 관찰은 관련 전문을 참고하라"고 기록해 현 회장이 김정일의 건강상태를 상세히 언급했고 스티븐스대사는 이를 별도로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