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려운 이상한 소문의 진상기업형 축산인들의 도덕적 해이 도를 넘었다‘100% 피해보상’이 구제역 확산의 주범
  • <방민준칼럼> 축산농가, 살처분하고도 거액 쥔다면…

     

    ◇ 믿기 어려운 이상한 소문의 진상

    전국이 구제역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상한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

    ‘안동의 한 돼지 농장주는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뒤 50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책정 받아 이미 절반을 수령해 현금부자가 됐다고 하더라. 여기에 생계안정자금 1천400만원도 받는다고 하더라.’

    ‘안동지역의 이웃에서 한우 농장을 하는 어떤 형제의 경우 매몰 보상금으로 180억원을 받기로 돼 이 기회에 아예 새 사업을 할까 즐거운 고민을 한다더라.’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 안동지역에 구제역을 옮긴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한우농장주는 매몰처리 후 보상금으로 100억원을 받고도 1천만원이 넘는 생계안정자금을 받게 된다더라.’

    설마 했더니 사실이라고 한다.

    공무원과 수의사 등 방역관계자들은 불철주야 구제역 확산을 막느라 쓰러지거나 생명을 잃기도 하는데 기업형 축산인들은 구제역으로 쏟아지는 ‘돈세례’에 하루아침에 현금부자로 돌변하는 사태가 구제역 발생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구제역 차단을 위해 눈코 뜰 새가 없을 요즘에도 하루 50~50명의 축산업 관계자들이 외유를 다녀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이전 1주일간 국외여행을 다녀와 공항에서 검역·소독 조치를 받은 축산 관계자가 하루 평균 55명으로 집계됐다.

    이것도 방역당국이 지난 7일부터 축산관계자들이 입국할 때 신고서를 받은 결과라고 하니 실제 외유를 다녀오는 축산인들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정부가 가축 살처분 보상금으로 무려 1조5천억원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 평균 50∼60명의 축산업 종사자들이 국외여행을 다녀온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이들의 행선지가 주로 구제역 위험지역인 중국(17.8%)과 태국(13.7%), 필리핀(11.1%), 베트남(8.0%) 등 동남아 국가인 점을 보면 축산업 종사자들이 구제역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진다.

    ◇ 기업형 축산인들의 도덕적 해이 도를 넘었다

    한 정부관계자는 구제역 발생 초기의 대응 실패, 방역체계의 미흡 등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된 가장 근본적 원인은 축산업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방역당국이 중요한 시기에 뒷북을 쳤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조사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안동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난해 11월 28일 이전인 11월 중순경 항체 양성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미뤄 이미 안동지역이 구제역 바이러스로 오염되어 있었다.

    뒤늦게 방역작업에 들어갔으나 그 전에 경기도 파주의 분뇨차가 드나들고, 전국을 운행하는 사료차량이 드나들면서 경기 강원 충청지역으로 광범위하게 구제역을 확산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왕래하는 축산업 종사자들 역시 스스로 구제역을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된 것은 물론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나. 사료차나 분뇨차가 아무런 제재 없이 축산농가를 드나들고, 축산인들 스스로 방역·소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100% 피해 보상제도가 구제역 확산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살처분하면 정부가 그 피해액만큼 100% 보상을 해주는데 누가 앞장서서 사람 막고 차량 막고 살균작업을 하겠냐는 것이다. 비용을 들여 미리 방역작업을 하느니 구제역에 걸려 매몰 처리하는 게 더 이익인데 정부의 방역 호소에 귀 기울일 까닭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소규모 축산을 하는 경우 피해보상규모가 적어 미리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이 더 이익이지만 기업형 축산농가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런 제도 아래 구제역 차단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었다고 봐야 옳다.

    ◇ ‘100% 피해보상’이 구제역 확산의 주범

    구제역으로 쏟아 부은 정부의 예산이 1조5천억원을 넘어섰지만 투입 정부자금이 엄청나다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100% 보상시스템이 유지되고, 축산업 관계자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구제역 같은 가축 질병은 언제든 확산될 수 있다는 현실이 더 문제다.

    일본의 경우 축산농가가 사전에 얼마나 대비하고 예방활동을 했느냐에 따라 피해보상금이 차등 지급된다고 한다. 미리 철저하게 예방활동을 했음에도 피해를 입은 경우 국가가 100% 보상해주지만 예방활동이 미흡했다는 점이 발견되면 정도에 따라 벌점을 매겨 차등보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축산농가들은 어떻게라도 피해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사전에 철저한 방역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민족의 명절인 설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도무지 설 분위기가 안 난다. 모처럼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일 드문 기회인데도 상당수가 귀성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귀성 자제를 호소할 정도다.

    그러나 정부가 가축 전염병에 따른 축산농가 피해를 100% 보상해주는 제도를 유지하는 한 이번 구제역파문 같은 가축질병에 따른 재앙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나 축산인 모두 깨달아야 한다.

    <본사부사장/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