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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특별법이 5일 발효돼 정부가 입지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대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과학벨트 조성에 드는 예산은 3조5000억원. 정부가 추진하는 최대 규모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된 터라 각 지자체들의 경쟁은 더욱 뜨겁다.
다만 과학벨트의 경우, 신공항 입지 경쟁 때와는 달리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뛰어드는 다자간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어 향후 더 큰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뒤로 한 채 지자체들은 각자의 당위성을 내세워 유치에 전력투구하는 한편, 정부에 ‘공정한 선정’을 촉구하고 있다.
먼저 충청권 지자체들은 2007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펼쳐놓은 대선공약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정부가 반드시 대통령 공약 사항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입지와 관련해서는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충남 연기·공주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충북 오창·오송단지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충청권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공공 연구기관과 대학연구소, 기업체 연구소 등이 몰려 있어 과학벨트가 조성되면 산업적 파급 효과가 가장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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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울산과 함께 연합전선을 형성한 경북도는 산업기반이 가장 우수한 동해안 지역에 과학벨트를 조성해야 하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투자가 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지역에 3대 가속기와 포스텍(포항공과대) 등과 같은 과학연구 기반이 갖춰져 있고 교육·문화 등 거주 환경이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과학벨트 구축은 국가 백년대계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충청권을 의식한 듯 대선 공약 이행과 같은 ‘정치적 접근’은 배제돼야 한다고 했다.
광주시는 경북·충청과 함께 과학벨트를 조성하는 ‘삼각벨트론’을 주장하고 있다. 광주시는 광산업 육성 성공 경험과 한국광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 전자부품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호남본부 등 과학기술 인프라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광주 첨단과학산업단지 내 연구인력이 1000여명에 달해 과학기술 인력 공급에 장점이 있고 지반 안정성과 재해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광주상공회의소는 과학벨트 유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등 6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과 창원시는 지난 1월 과학벨트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과학벨트 입지로 진해구 웅동지구를 중심으로 연구기관이 몰려 있고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된 창원지구를 제시해 놓은 상태다.
창원지구의 강점으로 방대한 산업 인프라와 공항·KTX·항만 등 교통 인프라를 내세웠다. 연구·산업기반 구축 정도, 접근성, 부지 확보 용이성, 부지 안전성, 정주 여건 등 과학벨트법이 규정한 입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과학벨트 입지로 최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울러 부산, 대구, 경북과 연대해 영남권에 과학벨트를 유치하고 창원이 과학벨트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경기도는 과천을 과학·교육·연구 중심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과학벨트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유치를 위한 공식적인 의사결정이나 활동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 과천청사 및 공공기관 이전부지와 관악산 일부 등 120만여㎡를 적지로 보고 있다”며 “정부에서 과학벨트를 공모하면 공식적인 유치전에 돌입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과학벨트 유치 계획에 대해 “확정한 것은 없다”면서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을 해서는 안 되며, 과학자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