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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거닐다가 '바다의 로또'라는 죽은 고래를 발견하면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발견한 사람의 소유가 될까, 신고한 사람의 것이 될까."
답은 둘 다 맞을 수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바다에서 활기차게 유영하는 살아있는 고래를 발견하면 한마디로 그저 고래구경을 한 관경(觀鯨) 수준에 그친다.
이도 색다른 경험이 되겠지만 죽은 고래를 발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죽은 고래는 '바다의 로또'이기 때문이다. 죽은 고래를 팔면 큰돈이 된다. 큰 고래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억대까지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 사람이 발견해 신고까지 하면 소유권은 명확해진다.
하지만 2명 또는 3명이 비슷한 장소에서 똑같이 죽은 고래를 발견하고 신고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바닷가를 거닐다가 죽은 밍크고래를 발견하면 발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경의 122나 소방서 119나 경찰 112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죽은 고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이는 기본적인 의무절차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가 그 근거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무주물(無主物)인 죽은 고래를 발견하고 신고한 사람이라는 것까지 확실히 알릴 수 있도록 실제 소유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은 발견과 신고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자신이 발견해 신고했다면 죽은 고래를 그대로 갖고 있거나 끈으로 묶거나 해놓으면 소유권을 분명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런 일이 울산에서 일어났다.
지난달 23일 오전 9시20분께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나사리 간절곶 해맞이 공원 앞바다에서 죽은 밍크고래 1마리를 여성 관광객과 마을 어촌계 주민이 각각 발견해 1분 차이로 해경에 신고했다.
길이 3.9m, 둘레 2m, 무게가 500∼700㎏에 이르는 이 밍크고래는 바닷가 물 위에 죽은 채 떠올라 있었다.
해경은 불법 포획의 흔적을 조사한 뒤 혐의가 없자 소유권자를 누구로 할지 고민하다 먼저 발견하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 관광객이 아닌 마을 어촌계 주민에게 소유권을 넘겼다.
발견과 신고는 여성이 먼저 했겠지만 마을 어촌계 주민이 죽은 밍크고래를 밧줄로 묶어 해변에서 끌어내 옮겨놨기 때문이다.
마을 어촌계 주민은 해경으로부터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받아 울산 북구 정자수협 위판장에서 죽은 밍크고래를 경매에 부쳤다. 이 고래를 2천50만원에 판 것이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2일 "보통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민이 그물에 걸린 죽은 고래를 가져오는데 이번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어촌계 주민이 같이 발견하고 신고한 여성에게도 고래 판매액의 일정액을 사이좋게 나눠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