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자’의 잔머리에 ‘글로벌 기업’ 삼성이 보기 좋게 속았다. 고졸에다 관련 경험이 전무한 K씨(41)의 ‘가짜 이력’에 속아 삼성이 그를 부장급 인수합병(M&A) 전문가로 2년이나 모신 것이다.

    22일 삼성 측은 “삼성의 계열사인 삼성토탈이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부장급으로 입사했던 한 직원을 2년8개월 만에 해고 처리했다”고 밝혔다. 고졸인 이 직원이 미국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받았다고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고졸 출신인 K씨는 2008년 삼성의 화학 계열사인 삼성토탈에서 인수합병(M&A)전문인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고졸인 K씨가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컴퓨터 관련 학사학위를 받고,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은 이른바 엘리트로 완벽히 변신한 것이다.

    삼성토탈은 인재채용 전문업체(헤드헌팅사)의 추천을 받아 K씨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간부로 다른 국내 대기업 근무 경력도 가지고 있었다.

    회사는 K씨에게 억대 연봉을 지급했다. 하지만 2년이 넘도록 인수합병(M&A)실적이 전무한 점을 수상하게 여긴 삼성토탈은 뒤늦게 그의 학력과 경력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결국 K씨의 학력위조가 드러났다.

    삼성토탈은 K씨를 해고했고 인채채용 전문업체는 소개 수수료를 회사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K씨를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하는 사법절차는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2년 넘게 K씨에게 지급한 급여도 회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삼성의 인재 검증 절차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학위는 본인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학력 조회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 학위 취득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