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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이 한국 금융기관들의 무사안일과 무능을 질타해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한국상장사협의회 월간지 `上場'(상장) 9월호에 따르면 김 원장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김 원장은 이 칼럼에서 "국내 최대은행의 규모는 세계 70위, 아시아권에서는 17위 정도 수준이다. 국내 최대 증권회사의 자본금은 대형 국제 투자은행(IB)의 2%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WEF)이 2010년 발표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세계 83위였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한국의 금융자산잔액을 명목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비율인 금융연관비율은 8배로 선진국의 19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국제화 지수인 초국적지수(TNI)는 4.9로 UBS(76.5), 도이치뱅크(75.2), 시티그룹(43.7)에 비해 매우 낮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초대형 경제위기들의 근원지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에 대해 "경제개발 시대에 한국 금융기관들은 실물경제의 지원을 위해 시장원리보다는 경제성장을 위한 전략사업에 먼저 자금을 배분했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위주의 자금 공급으로 이어져 과잉투자를 가져왔고, 결국 은행부실로 외국계은행들이 국내은행으로부터 외화대출자금을 회수하자 위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2008년 위기에서는 금융권의 외화유동성 부족이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결국, 금융당국의 외화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 조치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3년의 위기도 금융기관들의 지나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금융기관 영업행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은행들은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대출경쟁을 확대해 매우 유사한 형태의 수익구조를 갖게 됐다. 이로 인해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성과평가 경향으로 장기적인 전략경영 추진이 미흡했다. 또 영업위주의 경영을 하다 보니 금융전문가 양성을 위한 조직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더 과감한 외국진출과 지배구조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은 활동의 범위를 국내로 제한하지 말고 보다 과감하게 대외진출을 추진해야 한다. 소매금융과 같은 비교우위가 있고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동질성이 있는 지역부터 진출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과 전략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