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생산ㆍ판매 법인 방문해 주문현대기아차올해 유럽 판매 목표 69만8천대독일 티센 크룹 전 회장 만나 협력방안 논의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기아차의 유럽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을 두루 점검하며 i40와 신형 프라이드 등 유럽 전략형 신차로 경제 위기를 정면 돌파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20일 출국한 정 회장은 체코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품질 점검에 나선데 이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해 현대·기아차 유럽판매법인에서 업무 보고를 받으며 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정 회장의 이번 유럽 현장경영은 지난 6월 미국 현장경영에 나선 뒤 3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다.

    정 회장은 최근 유럽의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가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아시아업체로는 최다판매를 기록한 데 대해 임직원을 격려하는 한편 한-EU FTA 발효에 따른 대응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특히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에 이어 이탈리아 국가 신용 등급이 하락하는 등 유럽 재정위기로 현지 자동차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지 경제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판매전략과 품질을 재점검하기 위해 현장경영에 나섰다.

    정 회장은 유럽 방문기간에 현지 임직원들에게 지금의 유럽 경제위기에 불안해 하지 말고 유럽 전략형 신차를 앞세워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

    정 회장은 "유럽 자동차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꾸준한 상승세로 일본 경쟁 업체들을 제치고 지금의 위치에 도달하게 된 것은 회사를 믿고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준 임직원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치하하며 "지금의 유럽 경기침체 상황에 불안해 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우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글로벌 업체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갔던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유럽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와 함께 "최근 유럽시장에 선보인 i40와 신형 프라이드는 유럽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 지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개발한 신차"라며 "이러한 유럽 전략형 신차들이 성공적으로 유럽 판매를 견인할 수 있도록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달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이 이처럼 유럽 전략형 신차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문한 것은 이 신차들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면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를 견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품질경쟁력을 갖춘 유럽 전략형 신차를 적기에 출시함으로써 현지 메이커들이 장악하고 있는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다.

    유럽 시장의 경우 2002년만 해도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2.1%(현대차 1.6%, 기아차 0.5%)에 불과했지만, 최근 수년간 유럽 전략형 신차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올해 8월까지 누적 점유율을 4.8%(현대차 2.88%, 기아차 1.95%)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달에는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에 진출한 이래 월간 역대 최대 점유율인 5.8%(현대차 3.48%, 기아차 2.35%)를 달성했다.

    이달부터 유럽 현지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간 현대차 i40는 유럽에서 중형 판매 비중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i30 후속모델은 내년 초부터 체코공장에서 생산된다.

    기아차는 신형 프라이드 3도어 모델을 비롯해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성이 강조된 프라이드 5도어 모델 등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해치백 판매를 강화해 유럽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8월까지 유럽시장에서 44만4천926대(현대차 26만4천941대, 기아차 17만9천985대)를 팔았으며 연말까지 작년(62만911대) 대비 12.4% 증가한 69만8천대(현대차 40만5천대, 기아차 29만3천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 회장은 21일(현지 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호텔에서 독일 최대 철강회사인 티센크룹(ThyssenKrupp) 에크하르트 슐츠(Ekkehard Schulz) 전 회장(현 티센크룹 감사위원)을 만나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007년 현대제철과 기술제휴 협약을 맺은 바 있는 티센크룹은 현대제철의 성공적인 고로사업 진행과 고품질의 철강제품 생산을 위해 주요 조업기술을 제공하는 등 현대차그룹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정 회장은 슐츠 전 회장에게 "현대제철은 고로 1기에 이어 2기까지 성공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올해에는 3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지난 13일 개막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참관했다.

    정 회장이 해외 모터쇼를 참관한 것은 200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도쿄모터쇼 이후 8년만으로,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 전시장 외에 경쟁업체들의 전시장을 돌며 신기술과 디자인 등 세계 자동차 업계의 동향을 둘러봤다.

    정 회장은 특히 신형 i30모델을 비롯해 i40, 신형 프라이드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점검하고, 현장에 나와있는 유럽기술연구소 직원과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참관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 23일 오전 중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