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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종사자들은 한국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리셰스 오블리주(Riches Oblige) 차원에서 우리 금융권이 사회봉사에 앞장서야 합니다.”
30일 저녁,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마포의 한 주막에서 2040세대들과 만났다. 이날 참석자들은 금융회사 봉사동아리에 소속된 20~40대 직장인 15명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나누고, 젊은 세대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
금융과 봉사를 매개체로 모인 김 위원장과 2040세대 직장인들은 막걸리를 기울이며 ‘따뜻한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먼저 ‘금융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금융권이 앞장서서 사회적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미국의 월가 탐욕을 언급하며 “아직까지 우리 금융은 건강한편”이라면서 “우리가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셰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와 달리 리셰스 오블리주는 부(富)의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받았기에, 기부나 봉사에도 가장 앞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2040세대 직장인들도 김 위원장의 말에 “적극 동참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직장 내에서 봉사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씨티은행 이원일(33) 대리는 “해비타트(Habitat, 집짓기 운동)에 참여했다. 우리가 지은 집에서 실제로 사는 모습을 보면 따뜻함을 느낀다”고 봉사의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요즘과 같은 연말에는 결손가정을 위해 연탄나누기, 김장하기 등의 봉사가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마산에서 KTX를 타고 모임에 참석한 경남은행 성은실(29) 씨는 “같은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나서 좋다. 지금은 각자의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 함께 봉사를 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봉사 활동 이야기를 경청하던 김 위원장은 즉석에서 “다 같이 봉사활동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봉사활동인 ‘밥퍼’ 배식봉사에 동참하자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저도 참석했는데 당근 썰고 이런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같이 힘을 모으면 조금 수월하지 않겠냐”고 웃어보였다.
김 위원장과 2040세대 직장인들은 금융과 봉사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금세 친해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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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다보니 ‘인생’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농협중앙회 박영훈(38)차장은 “저는 애가 셋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교육비부터 들어갈 돈이 엄청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도 “애를 낳으면 그때부터는 국가재산이다. 교육은 국가에서 시킬 수 있도록 의무 교육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금융의 나눔과 2040세대의 진솔한 고민거리를 나눴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김 위원장이 사적인 자리에서 소통을 하는 시간을 갖은 데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5,923억원이다. 2006년 3,514억원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이 체감하는 금융권의 사회 나눔은 미비한 편이다. 이에 김석동 위원장도 참석자들과 함께 “금융권이 함께 나눔을 실천하자”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신한은행 박동기(35)과장, KB은행 권희준(44) 차장, 씨티은행 이원일(33)대리, 경남은행 성은실(29) 행원, 농협중앙회 박영훈(38) 차장, 기업은행 이영주(45)차장, 동부생명 정진주(29)사원, 하나 HSBC생명 이성우(42) 과장, LIG 손보 정준영(29)대리, 롯데손보 김양현(44) 책임, 대우증권 장미오(34) 대리, 교보증권 이진행(36)차장, 한투증권 진원식(41) 차장, KB자산운용 조형근(36) 차장, 우리자산운영 박정익(33) 대리. 숭실대 최창열(28)대학생 금융정책알리미 등이다.
[취재 = 박모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