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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시장 주변에만 홈플러스가 2개 있어요. 그런데 670m 거리에 홈플러스가 또 들어오면 인근 9개 시장들은 다 문을 닫아야 돼요. 홈플러스가 예전 유통법을 들이밀면서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저희는 그보다 더 중요한 생존권을 지켜야 합니다.” - 망원시장 배미경(수산물.44)씨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오면 마포구 상권은 전부 홈플러스에 넘어가게 됩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죠. 외국기업이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서 국내 영세 상인들을 다 죽이겠다고 나섰는데 정부는 지켜보고만 있을 겁니까?” - 월드컵시장 서홍제(정육점.42)씨
2월 한파가 가시기도 전인 지난 13일 오후. 마포구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앞에서 상인들은 ‘홈플러스 입점 저지’ 집회를 열었다. 인근에 들어오는 ‘홈플러스 합정점’ 철회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홈플러스는 오는 8월 합정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행 유통법에 따르면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에는 대형마트와 SSM의 진출이 제한된다. 새로 들어서는 홈플러스 합정점은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에서 직전거리로 약 670m, 유통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법 개정 이전인 지난 2010년 12월 합정점 개설 등록을 신청, 허가를 마친 상태다. 마포구의 건축허가도 받아놔 현재 준공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인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현재 망원시장과 월드컵 시장 인근에 홈플러스만 2곳이 영업 중이다. 시장서 약 2km 떨어진 곳에 홈플러스 월드컵경기장점이 있고, 650m 떨어진 곳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위치한다.
여기에 670m 거리에 홈플러스 합정점까지 들어서면 시장은 홈플러스로 둘러싸이게 된다.
망원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배미경(44)씨는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서면 우리 상인들은 모두 거리에 나앉아야 된다”며 “홈플러스 입점을 막기 위해 가게 문도 닫아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합정점 철회’ 피켓을 들고 있던 서정래(옷가게.51)씨도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들이 살아나야 국가경제도 살아난다. 그런데 홈플러스 때문에 지역상권이 다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망원시장과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월드컵시장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시장에서 커튼가게를 하는 반석병(60)씨는 “홈플러스는 비양심적인 기업이다. 막강한 자본금으로 지역경제를 뿌리 채 흔들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홈플러스는 영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기업이다. 마포구와 정부는 자국의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상인들을 다 죽이고 영국 홈플러스의 배만 불려줄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서홍재(42)씨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우리가 아무리 싼 가격에 물건을 들여와도 대형마트가 계속 들어서면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리게 된다. 합정점까지 가세하면 마포구 전체를 홈플러스가 싹쓸이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을 비롯해 홈플러스 합정점 1km 반경에는 영진시장, 서교시장 등 총 5개의 시장이 있다. 2km 반경에는 9개의 시장이 있다.
지난 2일 마포구는 ‘마포구 유통기업 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홈플러스 합정점에 대해 입점철회 권고를 의결한 바 있다. 마포구가 실시한 상권분석 조사에서 홈플러스 합정점이 입점하면 반경 1㎞ 이내 전통시장 5곳 198개의 점포가 평균 30% 내외의 매출 하락을 겪을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구는 홈플러스가 입점 철회를 하거나 타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홈플러스가 저희의 권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홈플러스측은 “합정점은 규제를 받기 전에 추진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권고안을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취재= 박모금 기자/ 사진= 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