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와 민간채권단이 국채교환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리스는 오는 20일 144억 유로의 국채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그전에 국채교환 협상을 마무리 짓고 2차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양측이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 디폴트를 맞는 사태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7일 협상 결렬 시 투자심리가 위축되겠지만, 타결 가능성이 큰데다 그리스 불안은 반복된 현상이어서 시장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그리스-민간채권단 협상 난항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민간채권단과 합의한 국채교환 시한은 8일 자정(현지시간)이다.

    그러나 일부 채권단이 동참을 거부해 국채교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가 강한 언론, 경찰, 자영업, 호텔종사자 등 4대 연기금은 국채교환을 통해 감내해야 하는 손실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연기금이 보유한 자산은 20억 유로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2천60억 유로의 국채를 신규 채권으로 교환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소위 `트로이카'와 합의한 내용이다.

    그리스 법에 따라 발행된 국채는 채권단의 75% 이상이 교환에 동의하면 나머지에 강제 적용된다. 현재 2천60억 유로의 채권 중 86%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스의 주요 은행과 연기금은 국채 경감을 위한 국채교환에 참여하기로 해 협상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리스 정부는 6개 은행이 국채 교환에 응하기로 했고 8~9개 연기금이 국채교환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나정오 연구원은 "채권 소지자들이 100% 손실보다는 30%라도 건지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결국 국채교환에 참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114억 유로 국채 만기…디폴트 우려 고조

    그리스는 오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144억 유로의 국채를 막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자체 해결이 어려워서 트로이카의 2차 구제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다. 트로이카가 내건 조건은 국채교환 협상 타결이다.

    그러나 협상이 난관에 부딪혀 자칫 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민간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국채협상에 합의하지 않고 강제요건을 적용하면 그리스 신용등급은 디폴트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미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 직전 수준으로 내렸고 집단행동조항이 적용되면 디폴트 등급인 `D'를 부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채교환 협상이 마무리돼도 디폴트 위험은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는 막을 수 있지만 막대한 부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채권단을 대표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국제금융협회(IIF)는 보고서에서 "국채교환이 실패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대한 충격이 1조 유로(한화 1천482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EU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으려고 노력 중이므로 전망은 낙관적인 편이다.

    하이투자증권 김낙원 연구원은 "오랫동안 이어진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디폴트 사태는 피하는 쪽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유현조 연구원도 "디폴트 우려가 나오지만 결과적으로는 협상을 통해 디폴트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 韓증시ㆍ경제, 그리스보다 美ㆍ中경기에 더 주목

    그리스 국채협상이 결렬되고 디폴트가 공식 선언되면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이미 그리스 불안에 익숙해져 있어 한국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ECB의 2차 장기대출(LTRO) 프로그램을 통해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은행들에 자금이 공급됐기 때문에 충격 가능성은 더 작다.

    오히려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미국, 유럽 등의 경기 회복이 더 큰 변수다.

    유현조 연구원은 "경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회복세가 더딘데 1분기를 저점으로 경기가 전환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국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리스 변수보다 펀더멘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한국 실물경제는 단기적으로 유로존과 미국 경기 회복, 중국 연착륙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나정오 연구원은 "시장에는 그리스보다 중국 영향이 더 컸다고 본다. 중국이 긴축을 풀고 경기부양을 할 거라는 기대가 컸는데 수출이 잘 안 되니까 내수 위주로 하겠다고 해서 성장률도 내린 것이다. 실망이 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