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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정치력, 쉽게 말해 ‘인지도’나 ‘지지율’을 산술화할 수 있다면?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 현실화된다면 선거를 앞두고 ‘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싸울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투표’라는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이를 다소나마 투영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척도가 존재한다.
그동안은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의 그 욕구를 충족해왔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은 곧 그 정치인의 명함이자 스펙이 됐다.
하지만 그 여론조사도 최근에는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투표소 출구조사마저 빗나갈 정도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최근 새로 주목받는 새로운 척도가 있다. 주식시장이다. 정치권 테마주라는 단어가 이미 익숙해진 단어가 될 정도로 정치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막대하다.
특히 한 명의 승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의 경우 해당 정치인과 연관된 테마주의 수익률은 곧 정치인의 인기척도로 평가해도 무방할 정도다. 투자자의 재산이 직결된 부분인 만큼 정치인의 안정감과 신뢰도 역시 정치 테마주에 담보돼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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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율 1위 박근혜, 테마주도 역시…역시나 ‘朴心’은 주식시장에서도 통한다. 자타공인 차기권력 1순위로 꼽히는 ‘위엄’을 주가 상승률로 보여준다.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정치인과 회사와의 인맥이 주를 이루는 정치 테마주 가운데서도 정책 관련주가 고르게 포진한 것이 특징이다. 야권 후보들이 대부분 학연과 친인척 관련 인맥주에 테마가 집중된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았고 이를 통한 박근혜 표 정책이 이미지화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인맥주는 박정희
독신인 박 전 위원장의 인맥주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이 깊다. 인맥주 가운데 ‘대장’으로 꼽히는 EG(037370)는 박 전 위원장의 친동생인 박지만씨가 최대주주로 알려지면서 친인척 관련 테마로 급부상했다. 주가 급등세도 남달랐다.
지난 4일 종가 기준으로 과거 1년 간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작년 9월26일 1만9,350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찍은 주가는 올해 1월4일 장중 8만7,9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고 지난 4일 6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과거 1년 중 최저 주가 대비 상승률이 250%에 달한다.
최근 새로운 박근혜 인맥주로 떠오른 하츠(066130)는 박 전 위원장의 사촌과 관련이 있다. 하츠 지분 46.33%를 보유한 최대주주 벽산이 동양물산의 자회사이고 동양물산은 박씨의 남편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10월5일 1,610원에 불과했던 하츠 주가는 지난달 19일 장중 9,850원까지 치솟았다. 4일 종가는 7,540원으로 연중 최저 주가 대비 375%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물산 역시 같은 기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여 63%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유신소재(0003000) 역시 대표적인 박근혜 인맥주다. 박영우 회장의 부인 한유진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손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장중 1,07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 2월20일 장중 3,953원으로 지난 1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차례 유상증자를 거친 회사의 주가는 4일 2,150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상승률은 104%에 이른다.
친인척이 아닌 인맥주도 강세다. 서한(011370)은 조총수 대표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의 간부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8월9일 장중 655원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12월13일 1,995원까지 급등했다. 4일 종가 기준 상승률은 6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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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노인복지 등 ‘확실한 정책’에 테마 즐비
야당 주자들에 비해 오랜 기간 집권 시나리오를 짜온 만큼 박 전 위원장을 대표하는 정책들도 크게 이슈가 됐다. 주식시장에서 ‘박근혜 인맥주’ 뿐 아니라 정책 관련주가 즐비한 이유다. 대표적인 정책 테마인 저출산 관련주는 아가방컴퍼니(013990)와 보령메디앙스(014100)는 의 경우 지난 1년 간 각각 95%, 38%씩 주가가 상승했다.
역시 박 전 위원장의 대표 정책인 노인 및 장애인 복지 관련주도 눈에 띈다. 의료장비 전문업체인 바이오스페이스(041830)는 지난해 7월5일 4700원이었던 주가가 복지정책이 이슈로 부상한 지난해 8월3일 장중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4일 종가 기준 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했다.
노인복지정책 테마주로 꼽히는 오텍(067170)도 지난해 7월5일 장중 5,22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올해 2월28일 1만750원까지 급등했다. 지난 1년 간 주가 상승률은 57%였다.
고용복지와 일자리창출 정책 관련주도 주가 변동이 컸다. 윌비스(008600)는 지난해 9월 597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지난 2월20일 장중 2,845원까지 급등했고 지난 4일 2,335원으로 마감했다. 상승률은 무려 303%에 달했다.
취업정보 사이트 커리어넷의 최대주주인 에스코넥(096630) 역시 작년 8월22일 227원에 머물렀던 주가가 지난 4월6일 장중 1,69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4일 기준 해당 기간 주가 상승률은 510%를 기록했다.
취업교육 관련 정책주이자 인맥주로도 분류되는 능률교육(053290)도 지난 1년 간 주가 상승률이 48%에 이른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실세였던 한국야쿠르트 윤병덕 회장이 최대주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였고 작년 10월5일 3,695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4일 5,500원으로 마감했다. 5일에도 장중 4% 가까이 급등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 서울대·안랩으로 엮인 ‘안철수 테마’
야권 주자들의 경우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인맥이 관련주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분석됐다. 대다수 후보들의 지지율이 낮고 대선 준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구체적인 정책 구상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에 맞서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원장 테마주도 올해 국내증시를 뒤흔들었다. 대부분 서울대,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관련 인맥주로 채워진 것이 특징이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테마가 구성되는 것은 이르다는 평가다.
우성사료(006980)는 대표적인 안철수 인맥주다. 회사 미등기이사인 오동원씨가 안 원장의 부산고 33회 동창이며 대주주가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작년 8월9일 1,20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반년 만에 6,140원까지 급등했고 최근에도 4,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일 종가는 4,485원을 기록해 해당 기간 주가 상승률은 273%에 달한다.
케이씨피드(025880) 역시 황창규 전 사장이 안 원장과 부산고, 서울대 동문으로 알려져 안 원장 테마주로 분류된다. 지난해 10월 1,1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4월30일 장중 4,980원까지 치솟았고 지난 4일까지 상승률은 161%다.
안랩과 협업관계로 알려진 잘만테크(090120)도 대표주다. 지난해 9월27일 1,270원이었던 주가는 올해 1월6일 장중 5,24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고 4일 3,4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승률은 171%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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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경희대 인맥 ‘문재인 테마주’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고문의 테마 키워드는 ‘노무현’ ‘경희대’다.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우리들생명과학(118000)과 우리들제약(004720) 등 일명 ‘우리들 형제’다. 두 회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 출신인 이상호씨가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또 두 회사 모두 문 고문이 소속된 법무법인을 통해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우리들제약은 지난해 11월24일 385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지난 2월22일 장중 3,440원까지 10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4일 종가는 1,850원으로 일부 거품이 빠지기는 했지만 불과 7개월여 사이에 380% 급등한 셈이다.우리들생명과학 주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8월9일 32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지난 2월20일 장중 4,380원까지 급등했고 지난 4일 1,4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역시 같은 기간 상승률이 343%에 달한다.
위노바(039790)는 우리들생명과학 주요주주였던 이승호씨의 아들 이승렬씨가 공동대표를 맡은 회사로 주목받았다. 회사 주가는 지난해 10월 1,000대 초반이었으나 올해 2월15일 장중 6,670원까지 폭등했다. 지난 4일 종가는 2145원으로 1년도 채 안 돼 2배 이상 올랐다.
바른손(018700)은 문 고문이 몸담은 법무법인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문재인 테마주로 이름을 올렸다. 바른손은 지난해 9월에만 해도 1,000원을 밑도는 ‘동전주’였으나 문재인 고문이 대선 주자로 주목받은 이후 지난 2월9일 1만1950원까지 급등했다. 4일 종가는 4,445원으로 같은 기간 372% 치솟았다.
신일산업(002700)과 서희건설(035890) 등은 문재인 대표와 경희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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