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휴업 안돼” 판결... 대형마트 영업 재개 상인들 “이제 장사 좀 되나 싶은데 날벼락”
  •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치로 기력을 되찾던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 달 24일 휴일 영업을 재개한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에 이어 경기 군포시, 강원 속초시 등 지방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잇달아 의무휴일에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지난 6일 법원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수원지법, 강릉지원, 창원지법은 군포 등지에 있는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각 지자체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처분을 정지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군포와 속초, 동해, 밀양 관내 대형마트와 SSM은 지난 8일부터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군포에서는 이마트 군포 산본점을 비롯해 SSM 12곳, 밀양에선 홈플러스 밀양점, 속초는 이마트 속초점과 SSM 2곳, 동해에서는 이마트 동해점이 일요일에 손님을 받는다.

    대형마트 강제휴무 부당 판결 이후 맞은 첫 휴일인 6월24일 강동구 시장을 찾았다. 대형마트는 활기를 찾았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은 힘겨운 모습이다.

    이날 서울 강동구 성내시장. 입구에 걸려 있는 ‘일요일 할인행사’ 현수막이 민망할 정도로 시장은 한산했다.

    상인들은 저마다 세일을 외치고 있었지만 지나가는 손님들은 많지 않았다. 

    “한 달에 두 번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그나마 손님들이 좀 늘었고 상인들도 희망을 가졌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이틀 전부터 할인행사 소식을 알리고, 오늘 새벽 6시부터 시장에 나왔는데 아직 손님을 받은 가게가 없어요.” (박한규 상인회장)

    대형마트가 쉬는 틈을 이용해 할인행사도 벌이는 등 손님들을 끌어오려는 노력이 허사가 된 것이다.

    “대형마트 강제휴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매출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혼란스러워요. 강동구청과 의회가 조만간에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 대형마트가 다시 강제휴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채소가게 상인)

    강동구 길동의 길동시장은 홈플러스 강동점과 1㎞가량 떨어져 있어 성내시장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상인들의 허탈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이 이제 손님 좀 끌어보자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는데 바닥에 껌이 딱 붙어버린 셈이에요. 영광굴비 100두릅을 서울시상인연합회에서 행사용으로 시장에 내려 보내 원가에 팔려고 했는데, 손님이 없어 팔지도 못하고 그냥 냉동실에 넣어놨거든요. (떡집 상인)

    실오라기 같은 기대마저 사라졌다고 말하는 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닭고기 매장을 운영하는 조 모씨는 “2주에 한번 대형마트 휴업이 장기적으로 소상인들의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니 제도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대형마트와 납품 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시장 상인에 비해 수가 극히 적습니다.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쉬어서 그들의 생계가 어려워진다면 시장 상인들은 어떻겠어요.”

    대형마트의 휴무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했다.

    전통시장을 찾은 소비자 안 모씨 또한 법원의 대형마트 강제 휴업 취소 판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통시장에 자주 온다. 오는 사람은 계속 올 것이다. 하지만 마트 영업 재개는 전통시장 입장에서는 생계가 달린 문제이다.”

    대형마트 규제가 풀린 첫 날 송파구의 모습은 일단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진정한 상권 살리기를 위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풀어가야 할 숙제는 많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