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등에 물가인하 위해 배추 생선 등 풀어농수산유통공사․수협, 대부분 마트에 공급상인들 “물가 핑계로 대형마트 살리기 하나?”일주일만에 신청 마감... 시장 수요 파악못해
  • ▲ 지난달 2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골목상권살리기 전국대표자 회의에 이례적으로 나란히 참석한 박근혜(오른쪽부터)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정상윤기자
    ▲ 지난달 2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골목상권살리기 전국대표자 회의에 이례적으로 나란히 참석한 박근혜(오른쪽부터)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정상윤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와 수협이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일부 품목을 소매점에 직접 공급하면서 전통시장 등 중소 소매점보다 대형마트에 물량을 집중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이 지난달 12일 aT센터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aT센터는 올해 가격이 폭등했던 배추와 깐 마늘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에 1,259t을 공급한 반면 전통시장엔 겨우 119t을 풀었다.


    추석 직전엔 대형마트에 390톤, 전통시장에 92톤을 각각 풀었다. 방출 안내문을 9월 7일 홈페이지에 올린 뒤 일주일 후 신청을 마감해 정보에 늦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신청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aT가 시장경영진흥원(전통시장연합회)에 1주일 만에 전국 1,500여개 전통시장의 수요량을 조사해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전통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전형일 수 있다. 정부비축물 직공급 물량을 전통시장에 우선 배정하는 등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황주홍 의원


    수협의 공공비축 수산물도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편중돼 방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1일 황 의원이 수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수협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 수산물 시중 방출물량 6,180t 가운데 대형마트에 62.5%인 3,867t을, 전통시장에 6.2%인 381t을 내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엔 더욱 심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 각각 방출된 공공비축 수산물 물량이 무려 10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두 유통업계간의 매출액 차이가 1.4배 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대형마트 편중 지원은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수협이 전통시장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라는 식으로 공공비축 수산물을 방출해왔기 때문에 대형마트로 많은 물량이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황주홍 의원


    황 의원은 aT나 수협의 방출 계획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올해 수산물 공공비축 물량은 추석을 앞둔 9월 17일 방출됐다. 각 유통업계에 수요조사 실시를 요구한 날은 같은 달 5일. 불과 10여일만에 전국 1,500 여개 전통시장의 수요를 조사하라고 한 것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정부비축 수산물 방출이 대기업만 더욱 살찌운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현재의 행정 편의적인 방출방식을 탈피하고 맞춤형 수요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황주홍 의원

    “우리가 얼마의 양을 필요로 하는지는 잘 알지도 못하고 대형마트에만 대량으로 공급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하다. 그러면서 무슨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성남 중앙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최영(55)씨

    “대형마트들은 산지 직거래 등으로 스스로 식료품과 생물의 단가를 낮출 충분한 능력이 있지만 전통시장 등 골목상인들은 갑작스러운 물가 폭등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정부의 지원이 더욱 필요한데 거꾸로 대형마트에 정부 비축 물량을 퍼붓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물가 잡는다는 게 전통시장 잡을 지도 모를 일이다.”
     -포항 죽도시장 최일만 상인회장

    “전통시장을 기피한 것은 아니다. 형평성 있게 나눠주려고 했다. 전통시장 상황 상 대량으로 공급하게 되면 물류창고가 없어 보관하기가 어렵다. 입찰공고는 똑같이 냈지만 가격상한제를 두다보니 전통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aT센터 홍보실 심정근 팀장

    “정부비축수산물을 전통시장에 많이 공급을 하려고 정부와 협의 중이다. 물건을 소량으로 운송하게 되면 운송비용이 더 많이 나간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 추석에는 정부가 운송비를 지원해줬다. 시장경영진흥원의 미숙한 진행이 좀 더 나아지고 전통시장 상인조직이 활성화가 돼야 할 것이다.”
     -수협중앙회 정부비축담당자 김정우 과장


    중소기업청(시장경영진흥원)은 한해 수천억원씩 전통시장을 지원하고 지자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의 조치로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살려보겠다고 하는 참에, 농수산식품부(aT센터와 수협)는 엉뚱하게 대형마트를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도 부처간 손발 맞아야 세금이 제 곳으로 나갈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