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외국기업 유치 광명시에 상인들 반발“마케팅 활성화로 우수시장 상도 받았는데... 골목상권 붕괴는 장년실업으로 가정파괴” 대기업 온누리상품권 구매가 실질적 도움
  • ▲ 안양 남부시장 봉필규 상인회장 ⓒ 정상윤 기자
    ▲ 안양 남부시장 봉필규 상인회장 ⓒ 정상윤 기자

    40년 전통의 안양남부시장은 서울 남부와 안양지역에 채소, 청과, 식자재를 주로 공급하는 도소매 전문 시장이다.

     

    “남부시장은 공산품, 청과, 채소 시장입니다. 새벽에 개장해 신선한 양질의 상품을 산지에서 심야에 직송받아 중간 상인을 배제하고 소비자에 직접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국 유일하게 도·소매가 공유하는 시장이지요.”


    자랑스럽게 시장에 대해 소개하는 안양 남부시장 봉필규 상인회장(사진)의 말이다.

    남부시장에서 식자재 유통업을 한지 15년. 이젠 ‘남부시장 박사’로 통한다. 상인회장을 6년째하고 있고 경기도상인연합회장도 재임 중이다.

    봉 회장은 그동안 현대화 경영사업, 우수시장 견학, 상인교육, 할인행사 등 다양한 시장살리기 사업을 해왔다. 특히 남부시장 소재지가 622-378번지 일대인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년 6월 22일에 여는 ‘622축제’로 지난해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국무총리 단체 표창도 받았다.

    남부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할 무렵 뜻 밖의 걸림돌이 등장했다.

    시장 인근 KTX 광명역 주변에 세계 1위 가구업체 이케아와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대규모 점포를 개설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코스트코는 대용량 판매와 사업자를 위한 도매기능 뿐 아니라 낱개 판매를 위한 소매기능을 함께하기 때문에 서울 서남권과 광명, 안양, 시흥, 의왕 등의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이케아는 세계 최대 홈퍼니싱 기업으로 가구뿐 아니라 냅킨, 주방용품, 침구류, 신발 등 실내 인테리어에 필요한 모든 잡화를 취급하는 세계 가구업계의 공룡이다.

    “이케아는 매장 면적만 2만3650평으로 2014년 완공될 예정이래요. LH공사로부터 부지를 사들여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라네요. 우리 지역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긴장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어요.”

     

    외국 거대기업의 진출을 앞두고 지역 중소상인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것이다. 봉 회장은 양대 유통업체를 유치한 광명시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소위 정치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 사람들 말로는 실업자를 감소시키기 위한 대책이래요. 이케아나 코스트코가 그나마 유지되는 이유가 인건비 절감이라는데 창고형 매장에서 일자리가 몇 개나 나오겠습니까. 우리 시장 점포수가 300개, 중앙시장이 천개가 넘어요. 박달시장에도 상점이 백여 개고요.

    시장으로 등록돼 있는 것만 이 정도지, 다른 것들도 포함하면 어마어마해요. 청년실업도 정말 중요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이 장년실업입니다. 장년이 실업을 하면 가정이 파괴되는 것 입니다. 제가 실직을 해봐요. 우리 가족 넷이 죽습니다. 골목상권을 죽이면 가정이 파괴됩니다.”


    봉 회장은 모든 중소상인을 대변해 광명시에 외국기업의 진출을 허용한 정치인들을 ‘가정파괴범’이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로 분노를 금치 못했다.

    봉 회장은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보여주기’식이지, 도움이 되는 것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온누리상품권을 많이 구입해준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후보자들이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는 전통시장 소상공인을 살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유세를 하러 전통시장을 찾는 것만이 아닌 진심어린 관심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