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책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



  • ▲ 기파랑 안병훈 사장ⓒ
    ▲ 기파랑 안병훈 사장ⓒ

    원로 언론인 안병훈(75, 사진)씨가 박정희(1917~79) 대통령 집권 18년6개월의 기록을 엮은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기파랑)을 출간했다.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이승만』(2011, 기파랑)에 이은 두 번째 역대 대통령 사진집이다.

    안씨는 조선일보 편집국장 및 대표이사 부사장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LG상남언론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75년부터 3년간 청와대 출입기자로 생전의 박 대통령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던 엮은이는 책 페이지 페이지마다 간결한 문체로 현장을 재연했다.
    업적 위주의 기존 사진집과 달리 연도별로 책을 구성한 안씨는 “박 대통령이 살아온 현대사의 팩트(사실)를 그대로 소개했다”며 “과거사에 대한 오해, 편견이 분분하지만, 독자 스스로 판단·정리할 수 있도록 하려는 뜻”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진들과 자료로 박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왜 연보로 구성한 사진집인가?


    당신이 지금 시속 100km로 달리는 전차를 운전하고 있는 기관사라고 상상해보라.
    멀리 선로 위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공교롭게도 브레이크가 고장이다.
    조금 있으면 이들을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옆에 비상철로 하나가 나 있는 것이 아닌가.

    비상철로에는 인부 한명이 쉬고 있다.

    당신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그대로 가던 길을 가서 다섯 명의 인부를 희생 시킬 것인가?
    아니면 비상철도로 옮겨가 한 명의 인부를 희생시키는 결단을 내릴 것인가?
    아니면 아예 탈선을 해 열차에 타고 있던 사람 모두를 희생시킬 것인가?

    2010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샌델 교수가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제시한 흥미로운 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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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는 박정희 재임 18년간 그가 행한 선택이 숱한 고민 끝에 내린,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는지를 방대한 사진자료를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이 책은 1960,70년대 대한민국이 직면한 시대상황에서 한 인간으로, 군인으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박정희가 내려야했던 결단들과 그런 결단이 나오게 된 시대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엮은이 안병훈은 박정희의 업적이 아닌 연보 위주로 사진집을 구성했다.

    예를 들어, 1975년 4월 8일 이루어졌던 긴급조치 7호는 한 달 전 일어났던 북한 제2땅굴의 발견이나 같은 달 벌어진 월남 패망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 (347p~349p)

    그러나 엮은이는 이 책에서 이런 연결고리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 시대에 일어났던 일을 담담하게 사진으로 나열해 독자가 직접 그 시대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흥미로운 사진들과 사실들


    이 책에는 1961년 5.16 이 일어났던 해부터 시작해서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중요한 일들이 빠짐없이 시간 순으로 나열돼 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진들과 사실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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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케네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할때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박정희의 모습(46p)도 요새의 정상회담에서는 사뭇 찾아보기 힘든 재밌는 장면이며,
    한결 젊어 보이는 케네디와 박정희가 1917년생 동갑내기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47p 본문중)

    그가 부정적으로 묘사될 때 항상 나오는 선글라스 쓰는 습관이 사실은 상대방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할 때 마음이 얼굴 표정에 나타날까봐 하는 행동이라는 일화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다. (72p)

    1960년대 중반 KIST 연구원들 중 대통령보다 많은 봉급을 받는 이들이 많았을 정도로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집념이 강했었다는 점(150p) 등 다수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또한 사진 찍기를 좋아하여 주변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모습들(540p)과 이승만 대통령시절부터 있었다는 낡은 오르간을 두드리는 모습(541p), 그리고 그림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기르던 개 방울이를 그린 스케치 및 딸 근영을 그린 작품들(526~527p)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박정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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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영수여사 서거 후 남편 박정희가 남긴 자작시도 흥미를 끈다.

    이제는 슬퍼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건만.... (343p)

    이제는 슬퍼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건만 문득 떠오르는 당신의 영상

    그 우아한 모습, 그 다정한 목소리, 그 온화한 미소

    백목련처럼 청아한 기품 이제는 잊어버리려고 다짐했건만

    잊어버리려고 하면 더욱더 잊혀지지 않는 당신의 모습

    당신의 그림자, 당신의 손때, 당신의 체취

    당신이 앉았던 의자, 당신이 만지던 물건, 당신이 입던 의복,

    당신이 신던 신발

    당신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이거 보세요.”

    “어디 계세요.”

    평생을 두고 나에게 ‘여보’한 번 부르지 못하던

    결혼하던 그날부터 24년 간 하루같이

    정숙하고도 상냥한 아내로서 간직하여 온

    현모양처의 덕을 어찌 잊으리

    어찌 잊을 수가 있으리.




  • ▲ 기파랑 안병훈 사장ⓒ


    대통령 당선인인 딸 근혜양의 사진도 자주 등장하는데 특히 청와대 뒤뜰에서 찍은 칼러 사진(522p)속의 근혜양은 헤어스타일이나 얼굴이 지금과 똑같아 요새 사진을 죽은 아버지와 함께 넣은 합성사진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박정희 대통령을 위주로 한 사진집이지만 당시의 복식, 시내 풍경을 볼 수 있어,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이승만’에서처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 ▲ 기파랑 안병훈 사장ⓒ


    국내외서 모은 1만여 자료 중 1,030점을 엄선

    사진집 제작을 위해 먼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박정희관련, 사진과 자료들을 모두 모았다.

    우선 서울 상암동에 세워진 박정희기념도서관을 개관하면서 수집 사용한 모든 사진과 자료를 박대통령기념사업회로부터 제공받은 것을 비롯하여, 박정희대통령 서거 20주년때 추모사진집을 낸 박정희대통령과 육영수여사를 좋아하는 모임이 보관중인 모든 사진, 그동안 쌓아 두었던 박대통령 사진자료를 새롭게 정리한 정수장학회 소장의 모든 자료, 국가기록원 대통령관의 모든 사진, 1998년 건국 50주년을 맞아 조선일보가 개최했던 전시회 <대한민국 50년 우리들의 이야기>에 관련된 사진과 자료, 민족중흥회가 펴낸 휘호집 <위대한 생애>에 수록된 자료, 박정희대통령 회보, 박정희대통령 인터넷기념관 자료 등 모을 수 있는 사진은 거의 다 모았다.

    1만여 점이 되는 귀중한 자료였다.
    자료를 하나하나 체크하여 촬영하거나 스캔하여 사진 919점, 휘호 39점, 자료 72점 등 1천30점을 엄선하여 수록했다.

    사진과 함께 수록된 박대통령에 관한 글은 주로 조선일보 기사와 조갑제씨가 지은 <박정희(朴正熙)전13권>에서 인용했고 김정렴 전 청와대비서실장의 <아, 박정희!>등과 오원철 경제수석비서관의 <박정희는 어떻게 경제강국을 만들었나>등을 비롯한 이석제 정일권 등 60여 명의 저서와 회고록 등에서 발췌했다.

    기파랑 2012.12.24 발행
    전화 763-8996, 3288-0077
    이메일 info@guipar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