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회 주도, 미소금융에 ‘일수 방식’ 도입연체율 1%... 회전율 높아져 대출자 80% 늘려
  • ▲ 이강욱 사장(유하네건어물.왼쪽)은 대형마트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 위해 미소금융 대출자금을 이용해 건어물을 대량구매 해왔다. 허윤숙 사장(반찬가게 ‘춘향이와 이도령’ .오른쪽)은 다양한 반찬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미소금융 대출자금을 친환경 농사에 투자했다. ⓒ 정상윤 기자
    ▲ 이강욱 사장(유하네건어물.왼쪽)은 대형마트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 위해 미소금융 대출자금을 이용해 건어물을 대량구매 해왔다. 허윤숙 사장(반찬가게 ‘춘향이와 이도령’ .오른쪽)은 다양한 반찬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미소금융 대출자금을 친환경 농사에 투자했다. ⓒ 정상윤 기자


"500만원 빌리고 6개월 동안 3만원씩 갚으세요."

일수가 아닌 미소금융 대출이다.

‘4~5부(연이율 40~50%)’ 일수가 만연한 전통시장 상인들이 푼돈을 빌리러 은행을 다니고 서류를 제출하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한 번에 혹은 매달 목돈으로 이자와 원금을 내는 것도 부담스럽다.
일수가 여전히 전통시장에서 쉽게 사라지지지 않는 이유다. 

인천 모래내시장 이상원 상인회장은 일수 이자의 1/10 수준의 미소금융 자금을 지원받은 후 더 많은 상인들에게 빌려주고 싶어 고민을 하던 중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일수에 익숙한 상인들에게 500만원씩 대출해주고 하루 3만원씩 갚을 수 있도록 한 것. 

일수를 썼다면 동일한 금액을 빌렸을 경우 하루 3만7000원에서 4만원을 갚아야 하지만 미소금융은 훨씬 이자가 낮아 3만원씩 갚으면 된다.

  • ▲ 모래내시장 이상원 상인회장은 미소금융에서 지원하는 전통시장 소액대출 1억원으로 일수와 불법사금융에 시달리고 있는 상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했다. 노점상 및 미등록사업자 등의 사각지대 곳곳을 지원해 시장 내에서 활개 치던 고리일수업자를 몰아내는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정부포상 대통령표창을 수여 받았다. ⓒ 정상윤 기자
    ▲ 모래내시장 이상원 상인회장은 미소금융에서 지원하는 전통시장 소액대출 1억원으로 일수와 불법사금융에 시달리고 있는 상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했다. 노점상 및 미등록사업자 등의 사각지대 곳곳을 지원해 시장 내에서 활개 치던 고리일수업자를 몰아내는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정부포상 대통령표창을 수여 받았다. ⓒ 정상윤 기자


  •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매일 조금씩 갚아가는 것을 부담 없어 합니다. 
    5백만원을 빌리면 3만원씩 내면 6개월이면 끝납니다. 

    상인회 직원들이 매출 돈을 걷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늘어나긴 했지만 상인들과 친해지고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일부 상인들은 돈을 못내는 날도 있지만 6개월 내내 한번도 내지 않는 상인은 없습니다. 
    그래서 전체부실로 이어지는 확률도 차단할 수 있죠”
       - 이상원 회장


  • ▲ 모래내시장 이상원 상인회장은 미소금융에서 지원하는 전통시장 소액대출 1억원으로 일수와 불법사금융에 시달리고 있는 상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했다. 노점상 및 미등록사업자 등의 사각지대 곳곳을 지원해 시장 내에서 활개 치던 고리일수업자를 몰아내는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정부포상 대통령표창을 수여 받았다. ⓒ 정상윤 기자


    실제 모래내시장 미소금융 연체율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지난 2년간 대출건수 198건 가운데 2건만 일부 부실을 보였다. 

    연체율이 1% 수준.
    대출 전부터 신용등급과 서류를 꼼꼼히 검토해 대출자를 가려내는 제1금융권 은행보다도 좋은 실적이다. 
    “사업을 크게 하는 사람들이나 직장인들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 상인들은 정말 힘듭니다. 
    신용등급이 있거나 담보 잡힐 것이 있어야 하는데 영세 상인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인들끼리는 하루에 3만원정도는 갚을 수 있다는 것을 알죠. 
    그 신용으로 대출하는 것입니다. 

    어떤 상인회에서는 부실을 우려해서 대출을 잘 안해주려고, 하지만 매일 갚는 식으로 바꾸니 상인회와 상인 모두의 부담이 줄었습니다”
       - 이상원 회장

    대출건수는 모래내시장에 상점이 200개이기 때문에 일부 중복대출자가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금이 필요한 거의 모든 상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을 것이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일수 방식을 도입해 부실만을 낮춘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장점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미소금융 혜택을 나눠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5백만원씩 대출한다면 1억원은 20명만 빌려줄 수 있는 돈이다. 
    일수방식을 도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빌려줬던 자금이 일단위로 모이기 때문에, 다른 상인에게 대출해 줄 수 있는 자금이 다시 생긴다. 
    이런 식으로 새롭게 대출 받은 사람이 15명. 
    20명이 쓸 수 있는 자원을 35명에게 효율적으로 공급해 효율을 80%나 끌어올렸다.
    “미소금융을 쓰기 전에는 급한 마음에 연이율이 39%가 넘으면 불법 사금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용했었습니다. 
    하지만 상인회 덕분에 미소금융 자금 500만원을 대출받아 도매상에서 건어물을 대량구매 했습니다. 대형마트와 경쟁하려면 저렴한 가격이 필수니까요. 

    500만원도 모두 갚으면 또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고관리를 위해 돈이 급할 때는 나머지 금액을 먼저 상환해 다시 대출받는 식으로 4번 총 2,000만원을 융통했습니다. 
    미소금융이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작은 힘을 보태준 셈이죠”
       - 이강욱 사장(유하네건어물 운영 032-468-6024)


  • ▲ 모래내시장 이상원 상인회장은 미소금융에서 지원하는 전통시장 소액대출 1억원으로 일수와 불법사금융에 시달리고 있는 상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했다. 노점상 및 미등록사업자 등의 사각지대 곳곳을 지원해 시장 내에서 활개 치던 고리일수업자를 몰아내는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정부포상 대통령표창을 수여 받았다. ⓒ 정상윤 기자


    “친환경 기법으로 얻어진 농사물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더 좋고 다양한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트랙터를 빌려야 할 때도 있고 농지가 더 필요하기도 하죠.

    가게는 작아서 목돈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미소금융에서 운영자금을 대출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환경 농사에 더 투자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3만원씩 갚으면 6개월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요.
    어느새 다시 대출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죠. 
    저는 2번에 나눠 받은 1천만원으로 투자를 해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매출도 2년전에 비해 훨씬 늘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 허윤숙 사장(‘춘향이와 이도령’ 반찬가게 운영 032-468-5585 )


  • ▲ 인천모래내시장 상인회 이상원 회장 ⓒ 정상윤 기자
    ▲ 인천모래내시장 상인회 이상원 회장 ⓒ 정상윤 기자


      이상원 회장은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준 정부에 대한 고마움과 희망의 메시지도 있지 않았다.
    “정부에서 미소금융재단을 통해 전통시장을 지원해 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미소금융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새정부가 복지예산을 많이 편성한다고 하니 지원규모가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소금융 업무를 하다 보니 자금이 확보된다면 대출해드리고 싶은 상인들이 있다. 
    실적이 좋고 부실이 낮은 상인회에 조금 더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이상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