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오는 모방꾼→ 독자적 기술력으로 위협국내 전자업계 특명 “첨단 기술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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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쇼 '2014 CES'에서 중국 TV업체 하이센스가 곡면 울트라HD TV를 선보였다. 2014.1.9
    ▲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쇼 '2014 CES'에서 중국 TV업체 하이센스가 곡면 울트라HD TV를 선보였다. 2014.1.9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전자업체에게 쫓기기 시작했다. 

    과거 베끼기에 열중하던 중국 전자업체들이
    저마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만큼 견고하고 세련된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9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전자업계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CES 2014)서
    선보인 제품들의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박람회(IFA2013)와 달리
    이번 CES에서는 독자적인 신제품들이 등장했다는 얘기다.

    약 4개월 만에 나타난 변화다. 


    #. 중국 업체들, 뭐가 달라졌나? 

    중국 전자업체의 가장 큰 변화는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가전업체 TCL, 하이얼, 하이센스 등은
    소형(30.5인치) 풀HD OLED TV나
    65인치의 커다란 터치패드 TV화면을 내놓았다. 

    업체들이 앞 다퉈 UHD 대화면을 선전하는 동안
    틈새 상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 9월 IFA에서는 볼 수 없었던 커브드(Curved) TV도 등장했다.
    움직임에 따라 3D기술이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기술도 선보였다.

    몇 달 만에 중국 가전업체들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여기에 삼성이나 LG전자와 다른 전략 제품을 발굴해
    마케팅에 나섰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 그동안 무슨 일이? 턱 밑까지 따라온 기술력  

    전자업계의 시계는 다른 업종보다 빠르게
    가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도는 놀라울 따름이다. 

    모방꾼으로 통했던 중국이
    초고속 성장을 이룬 주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 정부는
    전자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과 지분투자, 저리대출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지원했다. 

    중국을 전자 강국인 대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인재 영입 등에도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고,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는 형국이다. 

    큰 덩치를 이용해 세(勢)를 불려가고 있으니
    전자업계에서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국내 기술의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유출의 통로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꼽았다.

    국내 기술자가 돈을 받고 중국에 핵심 기술을 넘기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지만
    해외에 설립한 공장에서 정보가 빠져나가는 것도 상당수라고 한다.

    "국내 전자업계가 저렴한 인건비와 세금 등의 이유로

    중국, 베트남 등에 최첨단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짓고,
    LG전자도 대규모 가전제품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해외 공장 설립 등이 늘어나면서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들에 의해
    국내 첨단 기술이나 노하우가 빠져나가기 쉬워졌다."

    -전자업계 관계자  


     

    #. CES 현장서도 기술 지키기 위해 [철벽 방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기술을 지키는 일도 전자업계의 중요한 임무가 됐다.

    CES가 열리는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카피를 우려해
    커브드 OLED TV 등 핵심 제품을 벽에 걸어 전시했다.

    지난해 열린 CES2013에서 중국 업체 한 관계자가
    삼성전자의 TV 단자 위치나 정보 등을
    빼가려다 걸린 사건도 있었다. 

    삼성은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TV 뒷면을 벽에 고정시키는 철벽방어를 택했다. 

    갈수록 집요해지고 교묘해지는 기술 유출 우려에
    국내 전자업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턱밑까지 바짝 추격한 중국 전자업체를 방어해 내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한해를 시작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