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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실적저조와 더불어 고객 정보유출 사태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엔 KT ENS의 사기 대출까지 연루됐다. 하룻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금융주 전체가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한 매도 물량으로 하락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인 KB·우리·하나·신한금융지주는 '어닝쇼크' 수준의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지주사들의 순이익이 약 20~80%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11일 발표를 앞둔 신한금융 순이익 또한 약 18% 가량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
저금리 지속에 따른 은행 예대마진 하락과 더불어 STX와 쌍용건설 등 한계기업들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여파가 실적악화에 원인이다.여기에 'KT ENS 사태'까지 터지면서 그야말로 금융주 허리가 꺾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100% 자회사인 KT ENS의 직원 김모(51세)씨가 협력업체 6곳과 짜고 매출채권을 위조해 시중은행으로부터 총 2800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을 해준 은행은 총 17곳으로 하나∙국민∙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14곳이다.
이 중 하나은행이 총 금액의 절반 이상인 1624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나 가장 큰 피해가 컸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도 각 189억원, 188억원을 내줬다. 그 외 저축은행에서 나온 돈이 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피의자 김 씨는 구속됐으나, 지급보증을 섰던 증권사들이 "보증 의무가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서 은행과 증권사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피해 은행에게도 "위반 정도에 따라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혀 궁지에 몰렸다.
이에 따라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주는 외국계 창구로 부터 쏟아지는 매도 물량을 이기지 못하고 2~3%대 하락으로 장을 종료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C.L.S.A △노무라 등이 매도 우위를 기록했으며, KB금융(105560) 역시 △유비에스 △CS △모건스텐리 △메릴린치에서 매도 물량이 다량 출회됐다. 신 한지주(055550)는 CS를 비롯한 △씨티그룹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모건스텐리 칭구에서 133만9610주를 뱉어낸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금융주들의 이러한 부정적 뉴스에 따른 주가 하락 기조가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