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편리성만으로 생보 가입 유인 부족"온라인 생보, 아이패드 될 수 있나?

  • 국내 온라인 생명보험이 '성장의 벽'을 깰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 생보시장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온라인 생보 시장은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며 ‘벽에 막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신계약 감소로 고전하며 온라인의 장점인 낮은 가격과 편리함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온라인 전업 생보사 라이프넷은 지난해 3분기까지(4~12월) 14억3900만엔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에 4억8500만엔 흑자를 달성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신계약 건수도 3만6981건으로 16.9%나 줄었다.

    경쟁사인 악사다이렉트도 2013년 3분기까지 20억6400만엔의 손실을 기록했고, 신계약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37.5%나 급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2월 온라인 전업사인 라이프플래닛이 등장하며 인터넷 생보의 시작을 열었다. 다만 아직은 성과를 말하기 곤란한 '걸음마' 단계기 때문에 '온라인 한계론'을 들고 나올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라이프플래닛은 라이프넷을 롤모델로 교보생명과 일본 라이프넷이 함께 만든 회사라는 점이다. 라이프넷의 성장 정체는 곧 라이프플래닛을 넘어서 국내 온라인 생보시장의 미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온라인 생보사들은 온라인으로 모든 과정을 처리해 복잡성을 제거하고, 10~30% 낮은 보험료를 책정했지만 고객들의 가입 유인 자체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상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국내사도 이 요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기다가 주타겟인 20~30대 고객들은 이미 다른 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장년층은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아 고객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 온라인생보, 온라인 차보험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온라인 보험의 대표주자는 자동차 보험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차보험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6%에 달한다.

    손보업계들은 온라인 차보험의 치솟는 손해율로 '울상'이지만 온라인 차보험이 많은 고객을 끌어온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온라인 차보험의 성장 비결로는 가입의 편리성, 저렴한 가격, 오프라인에 뒤지지 않는 보상서비스 등이 꼽힌다.

    그런데 사실 위 요인들은 온라인 생보가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생보업계에서는 생명보험 특유의 '복잡·다양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차보험도 차종, 운전경력, 사고이력 등 다양한 조건들을 조합해야 하지만 사람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생보만큼은 복잡하지 않다는 것. 보장 질병, 상해마다 전문 의료 용어가 등장하고 각종 특약까지 덧붙이면 '어렵다'. 복잡한 구성 탓에 고객들의 불만과 민원을 사전에 줄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생보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보험 상품을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라이프플래닛의 경우 단 4종의 보험만 판매 중이다.

    또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인 차보험은 가입 유인이 명확하나, 생보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 온라인 생보, '아이패드' 될 수 있나?

    이학상 라이프플래닛 대표는 지난해 11월 브랜드 출범식에서 라이프플래닛을 '아이패드'에 비유했다.

    애플이 2010년 아이패드를 처음 출시할 때는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랭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PC 시장이 기존 PC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아이패드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일까?, 라이프플래닛은 이달초부터 TV 광고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당장은 온라인 생보가 '성장의 벽'에 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업계에서는 '시장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상대적을 저렴한 보험료, 설계사를 거치지 않는 접근성, 단순하고 알기 쉬운 상품을 이용해 인터넷에 익숙한 20~40대 고객층 위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터넷 쇼핑몰 자체가 생소했으나, 요즘은 인터넷 구매가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며 "생보시장도 시간이 지나면 온라인 판매가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프넷의 데구치 회장도 "온라인 생보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온라인 생보 시장의 전망을 밝게 봤다.

    온라인 생보시장이 전체 생보시장의 1%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오히려 온라인 생보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온라인 생보 시장이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처럼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