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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주요기업 116개사가 동시에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슈퍼 주총데이'인 14일 주요 보험사들도 주총를 연다. 이번 주총에서 보험사들은 관료 출신 사외 이사를 대거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LIG손보, 삼성생명 등의 보험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연다.

    이번 주총 최대 이슈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감사 영입이다. 정부·금융당국·감사원·국정원 출신 등이 대거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롯데손보는 주총에서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강 전 개발원장은 2008년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바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맡고 있다.

    메리츠화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는 오대식 SK텔레콤 이사, 전광수 김앤장 고문, 이명수 화우 변호사 등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이들은 각각 서울지방국세청장, 금융감독원 금융감독 국장, 금감원 법무실 팀장 등의 경력을 가졌다..

    동부화재는 3명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한다. 김선정 동국대 교수, 이수휴 케이씨티 이사, 박상용 율촌 고문 등은 각각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전 보험감독원장,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지냈다.

    삼성생명은 이종남 전 증권감독국(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인 박봉흠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문태곤 전 감사원 제2차관이 상근감사위원을 맡고 있으며 김정관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사외이사로 있다.

    21일 주총을 여는 한화생명보험도 정택환 전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보험제도과장을 상근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고, 자사의 지분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의 김장수 청산회수기획부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의 감사위원장은 문성우 전 법무부 차관(현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이다. 

    동양생명보험은 28일 주총에서 나종성 전 국가정보원 정보관리 총괄 부서장(현 연세대 초빙교수) 등 4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동양생명의 손태호 사외이사는 앞서 감사원 감사포럼 위원을 맡았던 인물이다.

    ◇ 관료 출신 인사 왜 선호하나?

    이번에 선임되는 보험사 사외이사에 금감원 출신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되면서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관료 출신 인사는 대관업무를 보면서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선호된다.

    보험사를 비롯해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를 일종의 '보험'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이 피감기관 사외이사로 오는 것은 대관업무에서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기 위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카드사 고객정보 대량 유출 사태로 보험사 텔레마케팅(TM) 영업이 중단 됐을 당시 감독원 출신 보험사 감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금융당국은 당초 TM영업 재개를 위해 CEO와 감사의 책임을 묻는 확약서 제출을 요청했다가 최종안에서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감사의 확약서는 아예 빠졌다. 관료 출신 감사들의 집단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TM영업 재개 때도 그랬지만, 보험사에 대한 금융권의 규제가 많다. 감독기관 인사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관료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있으면 금융당국도 감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사외이사 취지는 외부사람을 영입해서 조언하고, 개선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