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통신·반도체 4대축 중 3개축 삐그덕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 상황 가까워지고 있지만 구원투수 없어

  • SK그룹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최태원 회장 공백에 이어 그룹 주요계열사들의 실적에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정유·석유화학(SK이노베이션), 이동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 등 4대축 중 3개 축이 삐그덕 거리고 있다.

    드라이빙 시즌 도래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 회복이 더딘 가운데, PX(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바닥 수준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정위 과징금과 통신 불통에 대한 피해 보상, 사업정지 등 국내 이통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다만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달성한 사상 최대 사업 실적 행진을 올해에도 이어 가는 등 SK전체가 하이닉스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그룹 매출 절반 SK이노베이션 '삐그덕'

    문제는 그룹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SK이노베이션이다. 국내 시장에서 기름값 올리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정제마진 회복이 어려워 지면서 1분기 사실상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게다가 그동안 석유제품사업부문의 적자를 메꿔주며 효자 노릇을 해 왔던 석유화학제품 시황마저 좋지 않다. 특히 국제유가가 100달러 수준에서 평이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해외 유전개발에 따른 수익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윤활기유 시장이 소폭 호전되는 모습이지만, 사실상 기저효과일 뿐이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악화가 SK그룹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3300억원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696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 등 정유부문 마진율이 급감한데다, 주력 석유화학 제품인 파라자일렌(PX)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2분기 정유공장의 핵심설비인 고도화설비의 정기보수가 예정 돼 있는 것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 ◇공정위, 방통위 눈치에 '통신두절·사업정지' SK텔레콤


    SK텔레콤 역시 올 1분기 실적 악화 부담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올 초 가입자 유치를 위해 쏟아낸 마케팅 비용에 불법보조금 지급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166억원에 이어, 지난달 20일 약 6시간 동안 발생한 통신장애에 따른 피해보상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신장애에 따른 피해보상 금액이 최대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오는 5일부터 45일간 시작되는 사업정지를 앞두고 강행한 갤럭시S5 조기출시도 실적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해 △유통망과의 거래 관련 공정거래법 제23조 위반(1월11일 공정위 과징금 1억원) △단말기 보조금 지급 관련 이용자 이익 침해행위에 대한 시정조치(3월14일 과징금31억4000만원) △차별적 보조금 지급 관련 이용자이익 침해행위에 대한 시정조치(7월18일 방송위 과징금 364억6000만원) △이용약관 절차 위반행위 등에 대한 시정조치(8월21일 방통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9월16일) △단말기 보조금 지급 관련 이용자 이익 침해행위에 대한 시정조치(12월27일 방통위 과징금 560억원) 등 공정위와 방통위로부터 총 6건의 제제를 받았다.

    올해 역시 3월 7일과 13일 각각 △금지행위(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통한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의 중지 명령 불이행에 관한 건(미창부 45일 사업정지) △단말기 보조금 지급 관련 이용자 이익 침해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건(방통위 과징금 166억5000만원 부과 및 신규모집 7일)으로 처벌을 받는 등 평균 2개월에 한번식 제재를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1~2월 마케팅 경쟁이 워낙 심해 지난 2012년 3분기에 기록했던 SK텔레콤 역사상 최대 마케팅비용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TE를 비롯한 각종 투자로 최근 3년간 감가상각 대상 자산이 크게 증가하는 등 부담도 확대 됐다"고 덧붙였다.


  • △하이닉스만 바라보는 SK

    SK그룹의 주요축들이 삐그덕 거리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에도 고공행진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14조1650억원, 3조38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작년 4분기의 경우 분기기준 매출액중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 1분기 역시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하이닉스는 지난 2011년 2/4분기까지는 그나마 흑자를 유지했지만, 같은해 3/4분기부터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시장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고, 이 때 최태원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시 반도체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금액 등 위험 요소가 많았다. 자칫 실수했다간 인수 주체인 SK텔레콤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최 회장은 그룹내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렸다.

    이후 대부분의 경쟁업체들이 극심한 불황으로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3조8500억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을 잃어가던 청주공장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인 M12를 준공하는 등 업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원가경쟁력, 제품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미세공정 전환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인이 없어 경쟁력을 잃어 자칫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하이닉스가 최태원 회장의 도전과 통큰 결정으로 살아난 것이며, 이번에 최고의 실적으로 화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 상황에 '구원투수' 없는 SK

    최태원 회장 공백 이후 김창근 부회장을 중심으로한 수펙스추구위원회가 10만여명의 직원들이 탑승한 SK號의 방향타를 잡았지만, 힘에 겨운 모습이다.

    위원회의 역할 자체가 예정돼 있는 기존 프로젝트에 대한 진행 수준에 머무르는 등 사실상 '현상유지'에 그치면서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니냐는 내부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원회가 현상유지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중국 우한석유화학프로젝트와 하이닉스 인수 같은 '뚝심'과 '결단'을 내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SK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 항상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 현상유지는 사실상 도태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야구로 비교하면 시나브로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구원투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