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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는 2000년대 중반 '강남 아줌마 차' 로 유명세를 탄 모델이다. 정숙하면서도 안락한 승차감이 여심(女心)을 훔쳤다.
하지만 경쟁모델인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 퍼포먼스와 연비를 앞세운 독일 프리미엄차에 시장을 내주면서 빛을 바랬다.
절치부심하던 렉서스 브랜드가 ES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해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까. 토요타의 기술을 집약한 ES300h를 정밀 시승해봤다.
▲ 우아한 디자인 감각은 여전
ES를 처음 마주하면 쿠페 스타일의 스포티한 라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6세대로 진화하면서 다이내믹한 운전성능을 강조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우아한 감각은 잃지 않았다.
전면 중앙부와 타이어를 감싸는 펜더 구조는 명확한 명암 대비로 입체적인 감각이 더해졌다. 상하로 통합된 스핀들 라디에이터 그릴은 렉서스의 차별화된 디자인 컨셉트를 잘 보여준다. 옆면의 캐릭터 라인은 시각적인 존재감을 더해준다.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에는 공기의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숨겨진 형태의 머플러가 적용된게 특징.
운전석에 앉으면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아날로그 시계가 멋스럽다. 기존모델과 달리 8인치 대형 화면의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탑재돼 편의성을 더했다. 손으로 직접 터치하는 방식이다. 휠베이스도 45mm 늘어나 안락하고 여유롭다.
▲독일차 겨냥한 퍼포먼스 '흡족'
서울에서 영종도간 도시고속도로에서의 주행감은 기존 모델처럼 여전히 안락하다. 특히 하이브리드의 강점인 정숙성은 배가 됐다. 시동음은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가속할 때나 엔진음이 들린다. 도서관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시승한 ES300h는 2.5리터 4기통 앳킨슨 사이클 엔진에 전기모터가 결합돼 203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E-CVT가 채용됐다. 스티어링 휠은 기존 24도에서 22도로 낮춰졌는데, 운전자세를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다. 핸들의 조작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설계덕분이다. -
주행모드는 에코와 스포츠 모드로 구분됐다. 서로 계기판이 달리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먼저 스포츠 모드로 주행을 선택했다. 독일차를 겨냥한 다이내믹한 변신이 궁금했다. 시속 120km로 주행하는 경우에는 엔진회전수가 불과 1800~2000rpm 사이를 유지한다. 더욱 힘이 느껴진다.
시속 200km에 근접하면 도로에 착 가라앉는다. 독일차의 주행성과 같이 안정적이다. 고속에서의 스티어링 휠의 감도 묵직하다.
핸들링은 날카롭다. 서스펜션은 앞과 뒤에 맥퍼슨 스트럿과 듀얼 링크 스트럿을 적용했는데, 차량의 흔들림이나 쇽업소버의 반응이 크게 향상된 느낌이다.
가속시 페달반응도 민감하다. 가속 엔진사운드는 렉서스 고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시내 주행에서는 에코 모드로 전환했다. 시속 100km 이하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저속에서는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정속으로 주행하면 연료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속에서 풍절음도 절제돼 있다. 윈드스크린은 3중으로 방음처리 했는데, 유리와 유리사이에 고성능의 방음 필름이 들어가 있다.
연비효율성은 역시 경쟁차종을 압도한다. 뛰어나다. 시승차인 ES300h는 시내와 고속도로 등에서 리터당 평균 18~19.0km 수준을 나타냈다. 공인 복합연비 16.4km/ℓ보다 더 나은 수치다.
ES300h는 렉서스만의 강점인 안락한 승차감 이외에도 유럽차의 장점인 퍼포먼스와 연비효율성까지 두루 갖췄다. 국내 판매 가격은 모델에 따라 4950만~6190만원 수준이다. -